30일 개봉 영화 ‘파과’…300만 목표
복수와 화해 외피 속 ‘성장’에 대한 이야기
복수와 화해 외피 속 ‘성장’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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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파과’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김성철(왼쪽부터), 신시아, 이혜영, 연우진 |
“이거는 만들어질 수가 없구나, 불가능하구나. 여러 가지로 모두가 만류할 것 같은 그런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굉장한 무기가 생겼다. 왜 나는 주춤하고 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무엇에 우리는 주눅 들어 있고 왜 이런 이야기를 우리가 본 적이 없었던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하면서 장르적 쾌감과 또 그 드라마가 같이 얽혀 있는 독특한 영화로 만들어 볼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민규동 감독이 이렇게 운을 떼면서 소개한 영화 ‘파과’가 오는 30일 개봉한다. 24일 언론시사를 통해 먼저 베일을 벗었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 민규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가 참석했다.
영화는 복수와 화해의 큰 외피 안에, 상실을 겪고도 이를 딛고 살아가야 할 이유, 그리고 또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계속 찾아나가는 성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민 감독은 “이 주제가 보는 이들에게 잘 남을 수 있다면 이 영화는 성공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젊은 남자 킬러 투우(김성철 분)가 과일가게에서 덤으로 받은 멍들고 오래된 귤을 가리키며 “누가 같은 값 주고 이런 걸 사 먹겠어요?”라고 말한다. 바닥에 귤을 떨어트리고는 보란 듯 발로 짓이기까지 한다.백발에 여윈 조각(이혜영)은 이 모습을 참담한 눈빛으로 지켜본다. 자신의 신세가 꼭 파과(흠집이 난 과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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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혜영)과 투우(김성철)/NEW |
조각은 40여 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전설적인 킬러다. 한때는 혼자서 스물여덟명의 장정을 단번에 해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수전증으로 칼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관절이 이곳저곳이 삐걱거리는 통에 격한 동작을 할 때마다 신음이 절로 나온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손쉽게 제압했을 만한 상대도 사생결단으로 안간힘을 다해야 대적할 수 있다.
반면 투우는 살인 청부업체 ‘신성방역’의 떠오르는 별이다. 혈기로 펄펄 뛰는 그는 꼭 조각의 어릴 적 같다. 남자 너댓명을 처리하는 데 채 10초가 걸리지 않을 만큼 재빠르고 힘이 넘친다.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지만 각색된 부분도 눈에 띈다. 원작에선 내과 페이닥터였던 ‘강 선생’(연우진)의 직업이 수의사로 바뀌었다. 조각이 키우는 개 ‘무용’에 이어 쓰러진 조각을 치료해준다. 또 소설과는 달리 영화는 조각과 투우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조각 내면의 고민이 덜 부각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투우와 조각의 목숨을 건 마지막 결투는 처절함이 화면을 넘어 전해진다.
투우는 제대로만 싸운다면 단번에 조각의 숨을 끊을 수 있음에도 마치 사냥 과정을 즐기는 포식자처럼 그를 괴롭힌다. 심리 게임으로 시작된 둘의 싸움은 후반부로 가면서 육탄전으로 번지고 마지막에는 칼과 총기까지 동원된 액션이 펼쳐진다.
신체적 악조건 속에서도 조각은 연륜을 바탕으로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주변 사물을 잡히는 대로 집어 상대를 내려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비녀로 급소를 노리기도 한다. 밧줄을 쥐고 건물을 가로지르며 총을 쏴 여러 명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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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과’속 떠오르는 젊은 실력자 ‘투우’를 배우 김성철이 연기했다./NEW |
올해로 63세인 이혜영은 젊은 배우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스턴트맨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구덩이에 파묻혀 벌레와 흙에 뒤덮이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시멘트 바닥을 구르는 등 혼신을 다한 연기에 찬사가 절로 나온다.
이혜영은 “남들이 조각을 레전드라고 부르게 되는 그 힘의 원천은 뭘까 고민해봤다”며 “‘늙은 여자’라는 한계를 짓지 않았다. 통념을 깬 전무후무한 인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트리시아 터틀 집행위원장은 그를 두고 “압도적인 연기에 놀라울 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예상관객을 묻는 질문에 젊은시절 조각인 ‘손톱’을 연기한 신시아가 “300만명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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