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오전 전북 새만금33센터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전북사진기자단 |
“이번 내란 극복 과정을 ‘빛의 혁명’이라고 이름 붙인 건 ‘빛고을’ 광주에 진 빚 때문이다. 광주 영령들이 2024년 12월3일 대한민국 국민들을 살렸다.”
24일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광주의 옛 도청 앞 전일빌딩245를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한 말이다.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에 등장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이날 전일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고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씨, 5·18민주화운동 유족이자 이 후보 후원회장인 김송희씨, 12·3 비상계엄 소식에 국회로 달려온 대학생 박선우씨가 참석했다. 이 후보는 김길자씨 손을 맞잡고 “어머니 잘 계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후보는 12·3 내란 당시를 회상하며 5·18민주화운동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밤) 집에서 나와 (유튜브 생중계) 방송을 생각했던 건, (민주화운동 당시) 딱 똑같은 상황에 ‘계엄군이 몰려온다. 도청으로 가자’고 (가두방송) 했던 그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라며 “선결제 문화를 보면서 광주 주먹밥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늦으면 2028년 총선까지 개헌을 통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며 “이번 내란 극복 과정에 관한 시민들의 기록을 국가가 모으고 표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5일 세번째 토론회, 27일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결과 발표가 남아 있는 상황임에도 이틀의 일정을 호남에 할애했다. 이날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페이스북에 “불균형 발전의 피해 지역이 된 호남을 제대로 발전시키겠다”며 인공지능(AI)·재생에너지 산업을 연계한 호남권 공약도 발표했다. 광주에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센터’를 확충하는 등 지역별 맞춤 공약을 내놓고, 전북·전남에 알이백(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의대가 없는 전남에는 국립 의대를 설립하고, 전북에는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후발 주자인 김경수·김동연 후보도 호남을 찾았다. 김동연 후보는 광주 북구 한국광기술원에서 ‘광주 산업과 일자리 간담회’를 열어 “광주·호남 부흥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 22일에 이어 호남을 다시 찾은 김경수 후보는 전남 목포 동부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광주·전남 메가시티 지방정부에 매년 5조원의 자율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호남에 특히 공을 들이는 데는 호남에서 어떤 성적을 얻느냐가 이번 경선의 성패는 물론 각자의 정치적 미래와도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 쪽은 대세론의 마침표를 호남에서 찍는다는 계획이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은 항상 민주당에 ‘안일함에 빠지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선에서 안정적 승세를 이어가려면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순회 경선 누적 득표율이 5%대에 머물고 있는 김동연·김경수 후보는 ‘당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존재감을 입증해야만 ‘차기’를 위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
광주/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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