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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뇌물 혐의 문재인 전 대통령 불구속기소… "딸 부부는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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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정치적·사업적 이득 노리고
다혜씨 가족에 태국 이주·취업 등 지원
검찰 "文 포괄적 권한으로 특혜 받아"
文 측 "허위 수사사실 공표 명예훼손"
한국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정지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고 있다. 유튜브 평산책방 캡처


문재인(72)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45)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및 자녀 해외 이주 부정 지원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시작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보복성 기소"라며 강력히 반발해 치열한 법정 다툼이 펼쳐질 전망이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배상윤)는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스타항공 설립자이자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인 이상직(62)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뇌물공여 및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와 서씨는 가족관계인 점 등을 고려해 불기소처분(기소유예)했다.

이상직, '급여 800만 원' 서씨 채용 지시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2018년 3월 이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되고 4개월 뒤 타이이스타젯 상무로 취업했다. 서씨 취업은 이 전 의원이 타이이스타젯 운영자에게 월급 800만 원과 상무 직급, 주거비 제공을 조건으로 서씨 채용을 지시하면서 성사됐다. 해당 급여는 타이이스타젯 대표보다 2배 많다.

서씨는 그해 8월 14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급여 1억5,283만 원, 주거비 6,504만 원 등 총 2억1,787만 원을 받았다. 당시 타이이스타젯은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 취득이 지연, 아무런 수익이 없어 긴축재정을 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 전 의원은 항공업 관련 경력·능력이 전혀 없는 서씨를 채용했고, 서씨는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 수행하거나 재택근무를 명목으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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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앞쪽 왼쪽부터 이명혜 YWCA연합회장,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순 여성단체대표, 문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박용만 상의회장, 조돈문 비정규직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다혜씨, 태국 주거지 등 직접 결정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과정에는 이 전 의원뿐 아니라 청와대 소속 공무원들도 관여했다. 2018년 4, 5월 이 전 의원은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중진공 직원을 총동원해 다혜씨 가족이 생활할 태국 주거지와 다혜씨 아들이 다닐 국제학교 정보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을 통해 다혜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다혜씨는 이 전 의원이 준 정보를 토대로 태국 현지 답사 후 아들의 국제학교 위치를 확인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 등을 갖춘 맨션을 주거지로 결정하는 등 경제적 이익의 내용·규모 결정에 적극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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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9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검찰, 다혜씨 부부 文과 공범… "제3자 아냐"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향후 선거 때 공천을 받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항공사의 사업적 이득을 위해 서씨 채용과 다혜씨 태국 이주를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차기 총선 출마를 도모하는 등 정치인으로서 재기를 계획했고, 이스타항공은 북한 전세기 취항 신사업 등을 계속 추진하려면 정부의 운항사 선정·노선 배분 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국가원수이자 정부 수반인 문 전 대통령이 포괄적 권한 행사를 통해 정치적‧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정치인이자 공공기관장, 기업가인 이 전 의원으로부터 자신의 자녀 부부의 특혜를 받은 게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제3자가 사전에 일치된 의사로 범행을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 모두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부부를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봤다. 공무원인 문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인 다혜씨 부부가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에 관한 사실 언급 한 줄 없이, 마치 대통령 권력을 이용한 부패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허위의 수사 사실을 공표해 중대하게 명예를 훼손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사위의 취업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어느 누구에게도 사위의 취업을 부탁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