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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설 한덕수에 우원식 “할일 안할일 구별하라”… 韓 입술 꾹

동아일보 고도예 기자,이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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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크게 느껴도 부족한 때입니다.”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향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를 통한 대선 출마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우 의장이 말을 마치자 한 권한대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단상으로 나가 우 의장에 항의했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따라 나가 맞불을 놓으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 민주당 의원들, “사퇴해” 야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오전 10시 반경 우 의장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려는 한 권한대행에게 “잠깐 자리에 앉아 계시죠”라고 했다. 이어 우 의장은 “대통령과 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건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길 바란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자리에 앉아 입술을 꾹 다물고 우 의장의 발언을 들었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시정연설을 마친 뒤 곧장 퇴장했던 전례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복수의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시정연설은 예정 시각보다 15분 늦어진 10시 15분경 시작됐다. 시정연설 전에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전환담은 한 권한대행의 일정이 빠듯해 이뤄지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시작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입장하는 본회의장 중앙 정문이 아닌,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입장하는 옆문으로 들어와 착석했다. 이때 국회 의사국 관계자가 한 권한대행에게 “연설을 마친 뒤 잠시 기다려달라”고 알렸고 한 권한대행은 “의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듣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이 연단에 오르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연설 중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연설 전에 인사하는 한 권한대행을 향해 “사퇴해”라고 외쳤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내란대행 사퇴하라” “매국 협상 중단”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반발했고 연설이 시작된 뒤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도중 두 차례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 연설을 마친 후 한 대행을 향해 발언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 연설을 마친 후 한 대행을 향해 발언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권한대행은 이날도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시정연설을 마친 뒤에도 “출마 여부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에게 “고생 많으셨습니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국회를 떠났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한 건 1979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 유고로 최규하 당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한 이후 46년 만의 일이었다.


● 韓, “관세 유예 기간 내에 국익 극대화해야”

앞서 한 권한대행은 18분 간 이어진 시정연설에서 고물가와 미국발 관세조치 등으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관세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해졌다며 정부가 제출한 12조2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이시각에도 세계 수십여개 국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도 충분한 협의 시간을 확보해 (관세) 유예 기간 내에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강조하던 한 권한대행은 2층 방청석에 앉아있는 초등학생들을 올려다보면서 “방청석에 와있는 젊은 세대, 청년을 위해 절실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설문 원고에 없던 즉석 발언이었다고 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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