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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신뢰해달라는 한덕수, 대선 출마 간보며 할 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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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와 협력’을 당부했다. 권한대행으로서는 1979년 최규하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의 추경 시정연설이다. 국가 비상 상황에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 요청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골든타임을 수차례놓친 정부의 늑장 추경부터 사과하고, 조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부적절한 처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 대행은 시정연설에서 “절박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며, “추가적 재정의 적기 투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모두 지난해 말부터 당시 야당과 경제 전문가들이 말 그대로 ‘절박하게’ 추경 편성을 호소했던 이유들이다. 보다 못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조~20조원 규모 추경을 조언한 것도 지난 2월이었다. 그럼에도 내내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 편성을 회피해온 정부가 이제야 경제와 민생의 심각성을 알았다는 것인가.

사정이 이런데도 한 대행은 반성 한마디 없이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개원식도 불참하며 내내 국회를 백안시한 윤석열 정부 2인자 행태 그대로이고, 후안무치한 유체이탈 화법이라 할 수밖에 없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3일 “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 신뢰를 흔드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공직사회의 대선 중립을 당부했다. 윗물이 맑아야 국정도 말도 무게가 서는 법이다. 한 대행부터 ‘공정한 대선 관리자’ 책무를 망각한 채 출마를 간보고 뜸들이는데 공직사회가 따르겠으며,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한 대행의 정책 발표와 지방 행차도 맘은 콩밭에 가 있는 ‘대통령놀음’으로 볼 뿐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시정연설 직후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 대행의 ‘관꾸라지’ 행태를 질타하며 ‘본분을 알라’고 한 따끔한 일침이다. 한 대행이 진정 국가 위기 극복과 정부 신뢰를 위한다면 대선 출마 간보기부터 멈춰야 한다. 추경 편성을 지체시킨 정부 책임과 윤석열 정부의 오랜 국회 무시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파면 정부’의 권한대행은 오늘도 국회에서, 국민 앞에서 그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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