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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으로부터 정직 2년 판결을 받은 이동환 목사가 24일 서울고법에서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성소수자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무효 소송을 낸 이동환 목사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재판부는 1심의 각하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면서도, 징계 절차와 실체에 모두 하자가 있다는 이 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종교단체에 대한 소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이 목사가 감리회를 상대로 낸 ‘총회재판위원회 판결 무효 확인’ 항소심의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앞서 지난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해 ‘감리회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10월 감리회는 이 목사가 축복식에서 “이 땅의 모든 성소수자들과 사회적 소수자들을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 감리교 ‘교리와 장정’에서 금지하는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그를 기소하고, 감리회가 부과할 수 있는 최대 정직 기간인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목사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2월 법원에 징계 무효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교단 내부 사항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들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법원에서 소송 요건을 갖추지 않았거나 소송으로 인한 이익이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이다. 1심 법원은 이 목사의 정직 기간 2년이 이미 만료됐기 때문에 이 소송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이 없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각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직 판결만으로도 감리사(감리교의 중간 직책) 자격 제한 등이 있고 생활비 지급 등에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정직 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소의 이익이 있다”며 “절차적·실체적 판단에서 교리 해석과 관련 없는 부분은 해석의 대상이 되는데, 교리 해석과 거리가 먼 부분이 많아서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목사 쪽이 주장한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 △고발권이 없는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의 고발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계 근거가 된 규정 자체가 명확성 원칙을 벗어난 위법’이라는 실체적 하자 주장에 대해서도 “일반 사회 형사소송법과 형법도 어느 정도 포괄적”이라며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침해하는 정도여야 하는데, 교리상 설정된 것을 가지고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 목사의 행위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해 “설교 내용 자체는 동성애에 동조하는 표현이 없었으나 성적 지향을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어 “‘동성애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회개하여야 할 죄악’으로 보는 피고(기독교대한감리회)의 교리를 심사할 수 없는 이상, 총회의 정직 판결이 ‘징계사유가 전혀 없음에도 징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헌법과 법률, 법원의 법리 해석에 따라 보장되는 종교단체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고려하면, 총회의 정직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봤다.
이날 선고 직후 회견에 나선 이 목사는 “이 판결은 정의와 평등, 인권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결정”이라며 “법원이 교회와 종교 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와 차별에 대해 손을 놓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주장하는 감리교의 폭주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은 법원 밖에 없다고 요청했지만, 오늘 판결을 통해 법원은 그 역할을 포기했다”며 “종교의 문제에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법리와 소극적 자세는 종교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때 적용될 수 있는 법리이지만 지금 종교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종교와 사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고 안전한 세계와 관계를 만드는 데 적극 대화해야 할 파트너”라며 “아무리 종교 내부의 문제일지라도 한국 사회의 평등과 안전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사안에는 사회에서도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하고, 사회법 또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성명서를 통해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범과로 규정한 부분은 교리적 부분이라 명시하며, 끝내 이 사건이 교리를 빙자한 교단의 횡포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종교 단체가 교리라 주장하면 성소수자의 존재에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후과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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