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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 명태균 여론조사, 조사비 '대납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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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 명태균 여론조사, 조사비 '대납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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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과 '명태균PC' 및 '미래한국연구소 PC'에서 명태균 씨가 2021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을 대납한 사람의 실체가 확인됐다.

명태균 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준석 후보가 날 찾아와서 당대표 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당대표 여론조사'를 "이준석이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는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발견된 상태다. 이에 더해 이준석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인물이 지방선거 출마자였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남에 따라 이준석 후보도 '공짜 여론조사', 그러니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명태균 "이준석이 도와달라 했다"...이준석, 당대표 여론조사 4차례 사전 '수수'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둔 지난 2021년 5월 15일, 이준석 후보는 한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다음 날 인터넷 커뮤니티가 떠들썩해질 것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튿날인 2021년 5월 16일 저녁 7시. 머니투데이에 이준석 후보가 지지율 20.4%로 나경원, 주호영 등 중진의원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실렸다. 이때가 '이준석 돌풍'의 시작점이었다.

그런데 '명태균PC'에는 이준석 후보가 라이브 방송 당일에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사전에 전달받는 카카오톡 대화가 남아 있었다.


▲미래한국연구소PC 디지털 포렌식 결과 복원된 이준석 후보자-명태균 카카오톡 대화(2021.5.15.)
이에 대해 이준석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아보는 건 일종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여기 언론인들 다 아시겠지만 여의도 바닥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몇 시간 전에 일찍 도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을 인용해서 뭐, 제가 미리 공표를 한다든지 아님 제 홍보 활동에 사용한다 하면 그것은 문제겠지만 법에도 그런 것을 규정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 이준석 대선 예비후보 발언(2025.4.10.)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명태균PC'에서 복원한 '이준석-명태균'카톡에는 이 후보가 명 씨부터 최소 4차례에 걸쳐 당대표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미리 받는 장면이 나온다.

명 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2021년 5월 9일경 이준석이 전화로 연락해 왔고, 3-4일 후 대구 수성못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준석 당대표 선거를 도와주게 됐다"고 진술했다.

명 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이 후보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검사: 피의자는 이준석(前 국민의힘 당대표)을 알고 있는가요?

●명태균: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고 나서, 제 이야기를 들은 이준석이 저에게 2021. 5. 9.경 전화로 먼저 연락을 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4일쯤 뒤 대구 수성못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서 이준석을 처음 만났고, 이준석으로부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도와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준석의 당대표 선거를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 명태균 피의자신문조서 제2회(2024.11.9.)


'이준석 여론조사비' 대납자는 고령군수 국민의힘 예비후보 배○○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아본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포착됐다. 뉴스타파가 최근 추가로 입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마친 미래한국연구소PC 하드디스크에서 '이준석 돌풍'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납부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확인됐다.

대납자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고령군수 출마를 준비하던 배모 씨였다. 배 씨는 군수 공천을 받기 위해 명태균 씨에게 1억 2천만 원을 건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수사로 밝혀진 '공천 헌금'외에도 배 씨가 명 씨에게 건넨 돈은 더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이준석 당대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쓰였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찰 수사보고서(피의자 배OO.직원 백OO의 PC카카오톡 분석. 2024.11.19.)에 담긴 강혜경-배모씨 카카오톡 대화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과 강혜경 ▲강혜경과 배모 씨의 카톡 대화 ▲강혜경-김태열-명태균 단체 카카오톡 ▲강혜경-여론조사업체 PNR 대표 간의 카카오톡 대화를 종합하면, '이준석 돌풍' 여론조사 비용의 납부자는 정확히 배 씨로 특정된다.


▲미래한국연구소PC 디지털 포렌식 결과 복원된 김태열 소장-강혜경-명태균 카카오톡 대화(2021.5.22.)

▲미래한국연구소PC 디지털 포렌식 결과 복원된 강혜경-PNR대표 카카오톡 대화(2021.5.22.)


검찰도 배 씨를 '이준석 여론조사' 대납자로 파악했다.

○검사: 위와 같이 피의자가 600만원을 강혜경 계좌로 송금한 직후 명태균은 피의자에게 아래와 같이 '210522-전국정기5차-1.pdf' 파일 등 여론조사 결과를 보내주면서 공표예정인 사실을 알려주고, "회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피의자가 위와 같이 강혜경에게 보내준 금원으로 이 여론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피의자에게 보내면서 감사인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떠한가요

●배OO: 명태균이 저한테 보내준 문자나 자료 등을 늘 보내기 때문에 일련의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 배OO 피의자신문조서 제4회(2024.11.26.)


검찰은 배 씨가 당대표 여론조사 비용을 계좌 송금 외에 현금으로 건넨 사실도 있다는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김태열: 명태균이 이준석 당대표 선거를 할 때도 배OO회장님에게 '내일 당당 당대표 관련 여론조사 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배OO회장님에게 명태균고하 제가 고령에 가서 돈을 직접 받은 것은 제가 배OO으로부터 500만원을 직접 받기도 하는 등 그런 일이 몇 차례가 있었습니다.
- 김태열 피의자신문조서 제3회(대질)(2024.11.21.)


대납자 진술 "이준석 만날 때 명태균이 여론조사 도움 언급하며 밀어주라 말해"
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자신이 건넨 돈은 당대표 여론조사 비용이 아닌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배 씨는 명 씨가 이준석 당대표 후보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당대표 여론조사에 도움을 주신 분이라면서 고령군수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잘 밀어주라는 취지로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명 씨가 이준석 후보에게 배 씨의 '대납' 사실을 알려줬단 것이다. 이들의 만남 당시 배 씨는 경북 고령군수에 출마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검사: 배OO진술에 따르면 2021.5.경 명태균이 자신과 이OO을 대구로 데려가 당시 대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운동 유세를 하던 이준석에게 소개시켜 주면서 배OO에 대해서는 "당대표 여론조사 할 때도 도움을 주신 분이라면서 고령군수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잘 밀어주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고, 그 자리에 피의자도 함께 참석하여 이OO과는 처음 인사를 하였다고 하는데 맞나요

●김영선: 기억이 안납니다.
- 김영선 피의자신문조서 (2024.11.4.)


배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준석 후보는 배 씨의 대납을 최소한 그때 알아챘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수사로 확인한 배 씨의 대납 비용은 1,100만원이다. 여기에 현금 지불까지 합하면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배 씨는 당시 고령군수 공천를 희망하는 정치지망생이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당대표 후보에게 공짜 여론조사를 해줬고, 비용 대납자가 공천 희망자였다면 이는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

'묵묵부답' 이준석...오세훈→홍준표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이준석 후보는 ‘명태균 여론조사’를 공표 전에 받아봤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전에 공표용 여론조사를 받아보는 것은 여의도의 관행이며, 자신은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비용을 지불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대구경북 언론인들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자신이 당대표직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명태균 여론조사가 이뤄졌고, 여론조사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그 당시에 머니투데이에서 이제 의뢰했다고 돼 있는 공표 조사였기 때문에 그거는 제가 의뢰할 일도 없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봤을 때 제가 그 조사에 네 번째인가 세 번째 조사 결과부터 나옵니다. 제가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던 상태에서 그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첫 번째 두 번째는 제 이름도 나와 있지 않은 조사이기 때문에 그 조사를 제가 무슨 의뢰했다니 하는 것도 그것도 그냥 호사가들의 이야기에 불과하고요. 잘 아시는 것처럼 언론사가 공표 조사를 진행하지만 공표 조사 같은 경우에는 그에 대한 비용 지불은 의뢰자가 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비용 지불 제가 전혀 한 바가 없습니다.
- 대구.경북 언론인 정책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자 발언(2025.4.17.)


그러나 이준석 후보의 이날 발언은 '거짓'일 확률이 높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명태균PC와' '미래한국연구소PC'에는 이준석 후보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구하는 정황과 결과보고서를 미리 받아보는 장면 등이 담긴 카카오톡이 존재한다. 이에 더해 검찰 수사기록에는 "이준석이 먼저 도와달라고 했다"는 명 씨의 진술과 "이준석에게 날 밀어주라고 했다"는 배 씨의 진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밖에 배 씨의 여론조사비 대납 사실을 가리키는 물증도 차고 넘친다.

뉴스타파는 이준석 후보와 배 씨에게 해명과 반론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뉴스타파 이슬기 fellow-sk@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