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공급과잉·관세전쟁’ 혼돈 K철강…뼈깎는 원가절감으로 미래 준비

속보
미국, 인도-파키스탄 중재 개시…"건설적 대화 시작 위한 지원"
포스코는 선방, 현대제철은 연속 적자
후판가격 정상화 추세…파업 악영향
구조조정·원가절감으로 수익성 개선
‘고수익’ 미국 ‘고성장’ 인도 진출 본격화
[이데일리 김성진 김은경 기자]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노출된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국내 1·2위 철강업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원가절감으로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고수익·고성장 시장인 미국, 인도 등 현지에 생산거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 리스크를 피하는 동시에 수요가 받쳐주는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선방…현대제철, 파업 유탄 맞아

포스코홀딩스는 24일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4370억원, 영업이익 568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소재·인프라 등을 제외한 철강 사업만 추리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난 14조963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32.7% 증가한 4500억원으로 나타났다. 몇 해 전부터 중국 내 과잉생산된 철강 제품들이 저가 유입되며 국내 철강업체들이 상당히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포스코 열연강판.(사진=포스코.)

포스코 열연강판.(사진=포스코.)


포스코의 실적개선은 뼈를 깎는 노력이 바탕이 됐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포스코미래혁신TF’를 꾸리고 매년 철강 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포스코는 “철강사업은 주요 공장의 수리 증가로 생산 및 판매량이 감소했으나 판매가격 상승과 원가절감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있었다”고 했다. 특히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중국 장강 법인 매각 여부를 연내 확정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스테인리스 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장강 법인을 비핵심자산(매각) 대상에 포함해 검토 중이고 연내 명확한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분기 매출액 5조5635억원, 영업손실 19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경기 위축 등 수요산업 부진으로 철강 시황이 침체된 데다 파업 악영향까지 겹친 탓이다.

현대제철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정부에 중국산 후판(선박·차량에 쓰이는 두꺼운 철강 제품) 반덤핑 제소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2월 덤핑방지 잠정 관세를 27.91~38.02% 부과키로 했으며, 현재 후판 유통가격이 점차 상승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추가로 제소한 열연 반덤핑 조사 결과는 이르면 8월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전방산업인 건설시장 업황 악화로 당분간 부진이 예상되는 봉형강 사업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최적 생산 체제 전환 추진 중”이라며 “사업부 경쟁력 확보와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25% 관세가 부가된 올해 대미 철강 수출량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예상된다. 미국의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오히려 대미 수출 쿼터제가 폐지되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국내 철강재의 대미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쿼터제가 사라졌지만 수출량을 급격히 늘리면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래는 미국과 인도에…현지 제철소 설립 속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모두 이미 저수익 구조에 빠진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현지 생산 거점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손잡고 미국 현지에 연산 270만톤(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지을 계획이다. 경쟁 관계였던 양사가 전례 없는 위기에 공동전선을 펼친 것이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상공정과 철강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직접환원철 원료설비(DRP)→전기로→연주→압연’ 등의 설비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은 2029년까지 총 58억달러(약 8조3200억원)을 투자해 총 270만톤(자동차강판 180만톤, 일반강 90만톤)의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미국 현지 제철소 설립 전체 투자비 중 50%는 현대제철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및 전략적투자자(SI)가 부담하며, 나머지 50%는 외부차입을 일으킬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여기에 투자자로 참여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분 투자 규모와 세부 협력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연간 1조원을 상회하는 투자비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포스코는 인도 시장 개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인도 철강업체 1위 JSW그룹과 추진 중인 현지 일관제철소 합작 프로젝트는 현재 후보 지역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후 사업성 검토를 거쳐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포스코는 현재 마하라슈트라 180만톤(t) 규모의 냉연·도금 공장을 포함해 델리, 첸나이 등 5개 철강 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가 보유한 해외 일관제철소는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등 3곳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