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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되든 먹고 사는 문제 해결 좀"...서울·수도권 민심, 진영보다 대선 후보 능력에 주목

파이낸셜뉴스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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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풍경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통령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결국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꼽힌다. 유권자 수만 약 2000만명으로, 전국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1·2위간 최소 득표율을 기록했던 20대 대선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서울에서의 열세를 반전시키고, 인천·경기에서의 열세를 줄이며 결국 당선됐다. 수도권 민심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최대 이슈

파이낸셜뉴스가 24일 서울에서 만난 서울·수도권 시민들은 다가오는 6.3 대선에 대해 각양각색의 전망과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어려워진 민생 경제를 반영하듯 당장 코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해 주길 바라는 열망이 컸다.

광화문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A씨는 "여야 상관없이 합리적인 후보를 뽑고 싶다"며 "연금 개혁이나 부동산 시장 잡기 해결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연금 개혁과 정년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50대 중견 제조 기업 중간관리직 B씨는 "솔직히 월급 받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샐러리맨 입장으로서 가장 관심 가는 건 여야 상관없이 연금 개혁이랑 정년 연장을 어떻게 해 줄 것인가"라며 "65살 전에 회사에서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고 지금 꼬박꼬박 내는 연금도 65살이 돼야 겨우 받을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최소한 내가 낸 만큼은, 혹은 그 이상 받게 해서 안정적인 노후를 약속하는 후보에게 마음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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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텅 빈 서울 양재 화훼 시장. 이곳에서 만난 화훼 사업장 대표 장 모 씨(40)는 "누가 되든 바뀌는 건 없다. 장사나 잘 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송지원 기자)


■이재명의 잘사니즘에 눈길

서울·수도권 시민들은 민생 회복 기대감에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을 외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를 마음에 들어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는 오랫동안 국민의힘에 투표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속에서 ‘차라리 먹고 살게 해 준다는 이재명을 찍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송파에 거주하는 70대 택시기사 C씨는 "일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서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후보를 뽑겠다"며 "에너지고속도로 공약이 실행되면 고향 선산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월 200~300만원을 받고 편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테니 이재명한테 한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분당에 사는 60대 중소기업 대표 D씨도 "지금은 경제를 일으켜서 다같이 잘 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재명은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를 거쳐서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재명이 내세우는 민생 경제 회복 공약이 다 실현될 거라 100% 믿는 건 아닌데 최소한 윤석열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범보수 후보 지지도 여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옹호하는 기존 보수 정치인들에게 실망했으나 여전히 '탄반(탄핵 반대)' 세력이나 범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E씨는 "보수 대표 정당인 국민의힘이 정체성을 잃어가는 부분에서, 특히 윤석열 계엄 사태에서 당내 핵심인물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실망했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부터 말과 행동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잘 보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3년 내내 받았고 20· 30·40세대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정책도 상당히 흥미로워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F씨는 "계엄 영향으로 국민의힘이 싫어졌다. 말하는 방식이나 논리, 태도를 보면 사실이 아닌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탄핵을 찬성했던 한동훈 후보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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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기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서울 모처 자동차 부품 소재 박람회. 이곳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말로만 경제 회복, 친기업 외치지 말고 현장에 와서 실질적인 도움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다. (사진=송지원 기자)


■정치 불신과 무관심도 존재

'누가 되든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든 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으로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드러낸 사람들도 있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G씨는 "서민들의 삶이 힘든데 여야 모두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고 있지 않나"라며 "뭘 잘 한다고 투표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번에 투표 안 할 거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은평구에 사는 주부 여성 H씨도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못 갖게 돼서 아직 딱히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며 "좀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나와있는 후보들도 새롭다는 생각이 안 든다. 새로운 인물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거나 '딱히 지지하진 않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이재명을 뽑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오랫동안 보수였다는 20대 대학생 I씨는 "이번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보수에 실망을 많이 했다"며 "보수진영에 반성을 안겨주려면 정권교체가 필요하니 이재명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은평구에 산다는 80대 여성 J씨는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상관없는데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며 "동네 수영장에서도 열에 아홉은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더라. 거짓말도 잘하고 행동거지도 영 아니다"고 말했다.


jiwon.song@fnnews.com 송지원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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