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타석의 질도 좋지 않았다. 콘택트가 잘 되지 않은 것은 물론, 볼카운트 승부가 잘 안 됐다. 가장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은 타석에서의 성향이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방망이를 내는 것을 주저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고명준 나름대로 볼이라고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루킹 삼진으로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나왔다. 혹은 볼카운트가 더 몰려 결국은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곤 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고명준에 대해 “두 자릿수 홈런, 20홈런으로 만족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30홈런을 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면서 “성격도 서글서글하다. 나중에 주장을 해도 잘 할 선수”라고 기대치를 높게 잡는다. 거포와 삼진은 사실 뗄 수 없는 관계다. 멀리 치려면 포인트를 앞에 두고 강하게 휘둘러야 한다. 자연히 변화구 대처나 콘택트는 어느 정도 희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고명준은 거포의 스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삼진이나 타석이 많았던 것이다. 이는 지난해에도 자주 지적이 됐던 문제였다.
이숭용 감독은 “명준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그 전에는 자꾸 망설였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하다 보니 최대한 좋은 공을 치려고 하고, 공을 더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타이밍이 자연스레 뒤로 밀린 것이다. 결국 불리한 볼카운트로 이어져 힘든 승부를 해야 했다. 삼진을 더 먹더라도 시원하게 돌려 장타를 뿜어주길 바라던 구단의 기대와는 좀처럼 동떨어진 타격 양상이 나오고 있었다. 당장의 성적보다 더 큰 문제였다.
4월 16일 이후 23일까지 고명준은 7경기에서 총 13안타를 쳤다. 딱 한 경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멀티히트 게임이었다. 13안타가 나온 볼카운트가 흥미로웠다. 이중 2구 이내에 타격을 해 만들어 낸 안타가 8개로 절대 다수였다. 초구를 쳐서 만든 안타도 4개였다. 13개의 안타 중 6개가 적시타였는데 역시 3구 이내 승부가 4개였다. 망설이지 않고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쳤고, 그것이 점차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 결과 고명준의 타율은 어느덧 0.300까지 올라왔다. 지금까지는 홈런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잘 맞은 안타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홈런은 언젠가는 따라올 이벤트였다. 결국 23일 수원 kt전에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장쾌한 좌월 홈런포를 만들어내며 절정을 찍었다. 안타는 어쨌든 방망이가 돌아가야 따라오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고명준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증명해냈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이를 깨달았다는 점은 올라온 타율보다도 더 중요했다.
고명준뿐만 아니라 SSG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타석에서의 망설임이 많았다. 너무 잘하려고 그러다 그랬다. 하지만 선의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게 또 잔인한 프로 무대다. 오히려 그냥 눈에 들어오는 대로 치는 듯했던 23일 수원 kt전의 결과가 더 좋았다. 고명준이 먼저 힘껏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고, 이제 나머지 선수들도 이를 따라가기 시작한다면 SSG의 타선은 점차 그 공격성을 되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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