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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살해한 그때 아들은 지척에 있었다’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 징역 25년 확정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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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혐의, 1·2심 징역 25년
대법, 징역 25년 확정
헤럴드경제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A씨.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혼을 요구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대형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에게 징역 2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살인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2월, 이혼 소송 중 별거 중이던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범행 직후 119에 연락하지 않고,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에게 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부친이 범행 현장에 도착한 이후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한국인으로, 국내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다 퇴사했다. 그의 부친은 검사 출신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평소에도 A씨는 아내에게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최근 3개월 간 통화내역을 발급받아 각 통화 별로 ‘누구와, 왜 통화했는지’ 설명하도록 했다. 자녀들에겐 피해자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며 욕설을 녹음한 뒤 피해자에게 전송했다.

뉴질랜드로 가족 해외여행을 갔을 때도 A씨는 피해자만 낯선 곳에 남겨둔 채 자녀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미국에 갔을 땐 비행기표를 본인과 자녀들의 것만 구입했고, 피해자가 홀로 따라오자 미국에서 모든 경비를 피해자가 지불하도록 했다. 명절 때도 자녀들만 데리고 홍콩 여행을 가 피해자를 따돌렸다.


결국 참다못한 피해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나 결말은 A씨의 살인이었다. 그는 이혼 소송 중 딸의 가방을 찾기 위해 피해자가 본인의 집을 찾자, 격분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는 지난해 5월,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둔기로 (피해자를) 가격하고, 충격으로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 위에 올라타 상당 시간 목을 졸랐음이 인정된다”며 “범행 수법이 너무나 잔혹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아들이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직후 아들에게 달려가 자기 변호를 했다”며 “이후 119가 아닌 (피고인의) 아버지에게 연락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살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달래보려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을 내뱉기까지 당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 없다”라며 “이런 행위는 피해자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까지 피고인이 막은 것”이라고 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1-1부(부장 박재우·김영훈·박영주 부장판사)도 지난해 12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최초의 폭행이 충동적이거나 우발적이었다 하더라도 이후 이어진 잔혹한 행위와 5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한 점은 A 씨의 강력하고 집요한 살해 의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반성문을 제출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였으나 최후진술 내용을 고려할 때 진정으로 범행을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2심 최후진술에서 A씨는 ”재판장님, 저도 정말 무섭습니다. 한국이 무서워요. 한국에서 자기도 모르게 왕따를 당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진실도 왜곡되고, 정의도 없고, 약자로서, 소수로서, 다수한테 이렇게 매도당하고, 그것도 제일 가까운 배우자의 가족과 친구한테, 그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우리가 20년 전에 결혼한 커플이었다면, 아니면 외국에서 결혼한 커플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전부 다 제 불찰이긴 합니다. 저도 왜 이 사건이 터졌는지 모르지만…이렇게 왕따 피해자로서,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저는…사람들은 제가 권력자라고 생각을 하죠, 정반대입니다”라고 했다.

A씨 측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25년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