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페널티 확 줄인다…‘갑질’ 편의점 4사, 제재 대신 자진시정

대규모유통업법상 동의의결제 첫 적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편의점 4사가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게 됐다.

공정위는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개 편의점 본부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 관련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해 인정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앞서 공정위는 납품업체에 과도한 손해배상금을 부과하는 갑질 등과 관련한 위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시민 모습. [연합]

이번에 마련된 동의의결안에는 미납품액의 20~30%에 달했던 미납페널티를 대형마트 수준인 6~10%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미납페널티는 납품업체가 편의점에 납품하기로 한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때 부과하는 금액으로, 편의점 본부에 귀속된다.

동의의결안이 적용되면 편의점 본부별로 매년 4억8000~16억원의 미납페널티가 감면될 것으로 공정위는 전망했다. 다만, 일선 가맹점에 배분되는 미납페널티는 동일하게 유지해 가맹점주에게는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편의점 4사에 유리했던 신상품 입점장려금 기준을 납품업체에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도 동의의결안에 포함됐다.

기준을 ‘편의점에 출시된 시점에서 6개월 이내 상품’에서 ‘국내시장에서 최초로 출시된 지 6개월 이내 상품’으로 변경하고, 납품업체가 이 출시일을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개선한다. 입점장려금은 납품업체가 출시 후 6개월 이내 신상품을 진열해 주는 대가로 편의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인데, 이 기준을 바꿔 편의점이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장려금을 뜯어내려는 시도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총 82억7500만원 규모의 상생협력방안도 동의의결안에 담겼다. 납품업체 지원을 위해 3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출연한다. 유료로 운영하는 광고(29억8200만원)와 정보제공 서비스(22억7200만원)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최근 4년간 미납페널티·신상품 입점장려금을 100만원 이상 납부했으며 현재 거래 중인 납품업체 중 납부액이 많은 순으로 3가지 지원사업 중 1가지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편의점 4사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고 납품업체·편의점 가맹점주 등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법 위반으로 판단했을 때 예상되는 제재 수준과 비교했을 때 자진시정안이 합당하다는 점, 납품업체 대부분도 이 방안에 만족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인용하기로 했다. 시정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는 것이 납품업체에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고, 거래질서 개선이라는 공익에도 부합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향후 한국공정거래조정원과 함께 동의의결을 성실하게 이행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불이행하면 하루 200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동의의결 자체가 취소된다.

공정위 이병건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2022년 7월 도입된 대규모유통업법 상 동의의결 제도가 최초로 적용된 사례”라며 “편의점 업계 4개사의 불합리한 관행을 일시에 개선함으로써 납품업체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거래질서를 개선한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