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한 시설 앞에 중국 국기와 미국 국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A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로 뜻하지 않은 중국발 훈풍이 더 강하게 불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4일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조처로 국제 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자유무역 체제 유지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과거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데 발을 맞추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일본에선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린 공명당 사이토 테쓰오 대표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1시간20분가량 회담을 가졌다. 애초 이 자리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 이후 중국이 일본과 협력하려는 태도 변화가 있는지 탐색할 기회로 여겨졌다. 실제 이날 사이토 대표는 “중국이 국제 사회 규칙에 따라,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왕 주석은 반발 대신 “공정한 상호 인식을 바탕으로 두 나라가 ‘윈-윈’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게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일본 쪽 입장을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이 미국 관세 조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 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일본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회담 과정에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는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현재 중국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를 미국의 관세 정책 이후 중국 정부가 주변국과 협력 필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기류가 있다. 실제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마이니치 신문에 “향후 중국에서 조금씩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며 “한 예로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중국이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중심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협정이다. 일본이 주도한 협정은 현재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멕시코, 베트남, 칠레 등이 가입돼 있고 중국은 가입 신청을 낸 상태다. 앞서 중국은 지난 22일 리창 국무원 총리가 일본 정부에 친서를 보내 미국 보호주의에 중·일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이 전하기도 했다.
일본 입장에서도 중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미국 관세로 무역 분야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중국과 관계 확대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토 대표에 이어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도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일·중 우호 의원연맹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발동 이후 중국과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의 하나로 풀이된다. 모리야마 간사장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친서를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일본으로선 중국과 빠르게 밀착하는 듯한 모습이 미국과 관세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공명당에서는 중국과 접촉하면서 “미·일 협상에 장애가 되는 발언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불러온 중·일 관계 변화 조짐을 어떻게 살려나갈지 등 일본 정부의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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