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ST-순천향대, 지방세포 대사 조절 메커니즘 첫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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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방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번역과 세포 대사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비만·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 수립의 중요한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의생명공학과 조준 교수와 순천향대학교 이미혜 교수 공동연구팀이 다중체(Multiomics) 분석을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두 가지 유전자 번역과 대사 간 상호조절의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방세포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세포와 에너지를 소비하며 열을 생성하는 갈색·베이지 지방세포로 나뉜다. 특히 베이지 지방세포는 백색지방세포에서 유래하여 운동이나 추위 자극을 받으면 갈색지방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갖게 되며, 대사질환 치료에 있어 유망한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전사 단계, 즉 유전자가 RNA로 복사되는 초기 단계에만 주로 집중했을 뿐, 실제 단백질을 생성하는 번역(translation) 단계나 단백질 자체(proteome)에 대한 포괄적 분석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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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 지방세포 분화과정에서 확인된 단백질 번역과 대사 간 상호조절의 신규기전. [GIST 제공] |
연구진은 동일 조건에서 획득한 전사체·번역체·단백체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다중체 분석(Multiomics)’ 기법을 도입, 지방세포 분화 과정에서 유전자 번역과 세포 대사가 유기적으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체계적으로 추적했다.
먼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의 핵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번역 조절 과정을 분석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화적 인산화 복합체 I~V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복합체는 여러 단백질 유닛들로 이루어져 있다. 분석 결과, 복합체 I, III, IV, V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은 지방세포 분화 과정에서 번역이 억제되지만, 복합체 II는 이러한 억제에서 제외되어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 결과는 열을 생성하는 베이지 지방세포가 자신의 대사적 특성에 맞춰 미토콘드리아 복합체 구성을 조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절이 단백질 합성 단계에서 정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지방세포가 분화하는 동안 대사 조절에 의한 글루탐산(glutamic acid) 감소로 인해 해당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하는 단백질들의 번역이 억제됨을 발견했다.
지방세포 분화 중 글루탐산을 소모해 글루타민을 생성하는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글루탐산 농도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글루탐산 유전부호를 가진 mRNA에서 리보솜이 정체되며 단백질 생성이 억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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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왼쪽부터)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이미혜 순천향대학교 교수, 윤대화 GIST 학생, 김보선 순천향대학교 학생, 정다희 GIST 학생.[GIST 제공] |
이러한 리보솜 정체 현상은 글루탐산 유전부호가 많은 유전자들의 번역을 억제하며, 특히 세포골격 구성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의 생성량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지방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준 교수는 “지방세포 분화 과정의 대사 물질이 유전자 번역 조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분자 수준에서 실험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며 “이는 지방세포 및 조직 생성이라는 복잡한 생명현상 속에 대사와 유전자 번역 조절이 독립적이고 분리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서로 관여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향후 정밀한 대사 조절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치료 전략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4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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