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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홍준표 물밑 경쟁, 한동훈 때리는 안철수... "같은 편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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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경선 후보 4인 4색 분석
친윤계 분화 부른 김·홍 물밑 경쟁
안철수 한동훈 '찬탄' 선명성 경쟁 벌일까
2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김문수(왼쪽부터)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23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김문수(왼쪽부터)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가를 2차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기준으로 '반탄' 2명(김문수·홍준표) 대 '찬탄' 2명(안철수·한동훈) 구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같은 탄핵 찬반 진영 내 물밑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각각의 뚜렷한 캐릭터도 변수다.

친윤계 분화 부른 김·홍 물밑 경쟁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강경 반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온건 반탄'으로 분류된다. 홍 전 시장은 이런 김 전 장관의 비타협적 면모를 "탈레반"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차별화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지난 19일 경선 토론회에서 "국무위원으로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사과했어야 한다"는 안철수 의원 지적에 “저는 오히려 대통령이 왜 계엄했나를 본다. 민주당의 30번에 걸친 줄탄핵(때문)”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와 달리 홍 전 시장은 최근 한국일보 유튜브 ‘이슈전파사’에 출연해 “탄핵보다 자진 하야의 길을 열어주고 설득을 하는 것이 옳았다”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무겁게 물었다. 윤 전 대통령을 향한 '마음의 거리'도 구별된다. 김 전 장관은 “지금 와서 내치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감쌌지만, 홍 전 시장은 "이미 탄핵을 당하고 책임지고 나가신 분"이라며 거리를 뒀다.
김문수(왼쪽)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뉴시스

김문수(왼쪽)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뉴시스


승부 포인트 역시 다르다. 김 전 장관은 '빅텐트'를 강조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24일 "단일화 드라마 없이는 이기기 힘든 대선이라는 점에서 희생정신을 높이 산다"면서도 "대권 주자로서 권력의지가 약해 보이는 단점은 있다"고 평했다. 이와 달리 홍 전 시장은 "나 아니면 안 돼"에 가까웠다. 앞서 두 번의 대선 출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대통령'임을 강조하면서다. 하지만 단일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홍 전 시장도 방향을 틀었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행이 사퇴하고 출마 한다면 내가 후보가 되더라도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은 열어 놓겠다"고 밝혔다.

두 반탄 주자의 각개 약진은 친윤석열계의 분화로 이어지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에 앞장섰던 5선 윤상현 의원과 재선 장동혁 의원, '윤 전 대통령 호위무사'로 불렸던 이용 전 의원 등은 김 전 장관 캠프에 합류했다. 반면 '찐윤' 이철규 의원과 유상범 의원 등은 홍 전 시장 캠프에 안착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뉴시스

안철수(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전 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뉴시스


안철수 한동훈 '찬탄' 선명성 경쟁 벌일까


안 의원의 4강 진출은 한 전 대표에게 도전이자 기회이다. 한 전 대표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허탈감을 느끼는 대구·경북(TK) 등 전통 지지층을 보듬으면서 동시에 본선 경쟁력 유지를 위한 찬탄 선명성을 지켜야 했다. 그간 '김문수 한동훈 홍준표' 3강 구도는 좀 더 단순했다. 반탄인 나머지 두 사람보다만 '왼쪽'에 서면 됐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그간 대권 주자 토론회 등에서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계엄 옹호”라며 비교적 점잖게 반탄 주자를 비판한 배경이다.
국민의힘 주자 4인. 그래픽=신동준 부장

국민의힘 주자 4인. 그래픽=신동준 부장


하지만 또 다른 찬탄 주자인 안 의원의 4강 합류로 상황이 달라졌다. 안 의원은 한 전 대표보다 훨씬 선명하게 찬탄을 외친다. "몰염치" "나라를 통째로 이재명에게 헌납할 인물들"이라며 반탄 주자들을 거침없이 때린다. 한정된 찬탄 표심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 전 대표도 안 의원과 선명성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안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같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연일 부각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부각해 한 전 대표에게 가 있는 찬탄 표심을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한 전 대표를 돕는 한 초선의원은 "좀 더 분명한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캠프 내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도 "안 의원의 4강 합류는 지지층이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