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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만 때리는 트럼프…美 우크라 평화협상 중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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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 "영국에 대한 10% 기본 상호관세 유지"
크림반도 문제, 평화협상 최대 걸림돌
트럼프 "2014년에 이미 잃은 땅" 압박
"젤렌스키, 아무런 카드도 없는 사람"
평화협상 수용 압박…"거부 시 철수"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협상 수용을 강하게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사진=AFP)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데에 대해 격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임박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 문제로 평화 협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크림반도는 2014년 오바마 정부 시절에 이미 잃은 땅”이라며 “이제는 논의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크림반도를 원했다면 왜 11년 전 아무런 저항도 없이 넘겨졌을 때 싸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우크라이나의 초기 대응 부족을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와 같은 선동적인 발언이야말로 전쟁을 끝내는 데 방해가 된다”며 “젤렌스키의 성명은 ‘킬링필드’를 연장할 뿐이며, 아무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거래에 매우 가까워졌지만, 아무런 카드도 없는 사람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에 새로운 종전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사실상 전쟁을 ‘동결’하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묵인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매튜 새빌 영국 왕립국방연구소(RUSI)국장은 “미국이 크림반도를 공식 인정한다면 이는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을 국제사회가 승인하는 중대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점령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조건 없는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휴전을 원한다”고 밝히며, 미국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러시아와는 합의했지만, 젤렌스키와는 아직”이라며 “그와 협상하는 것이 더 쉬울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는 더 어려웠다”고 말해 우크라이나를 평화 협상 지연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평화 협상은 난항에 빠진 모양새다. 이날 런던에서 예정되었던 우크라이나 평화 정상회의는 미국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불참을 전격 통보하면서 급히 축소됐다. 회의는 각국 고위 관리들 중심의 실무급 회의로 대체됐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예르막과 미국, 프랑스, 독일 대표단이 참석했다.

JD 밴스 부통령 측도 이날 “미국은 양측(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게 명확한 제안을 했다”며,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 협상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에서도 아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협상에는 여전히 많은 뉘앙스가 존재하며, 각국의 입장이 아직 충분히 좁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대안으로 유일하게 고려하고 있어 평화 협상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