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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에 설치된 소녀상. 아르헨티나 한인회 제공 |
남아메리카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한 달 동안 전시된다. 세계 최대 도서전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국제도서전시회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24일(현지시각)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제40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전’에 소녀상이 전시된다고 24일 밝혔다. 남미 최초로 전시되는 소녀상으로, 한국의 아르헨티나 이민 60주년과 일제강점기 해방 80주년을 기념해 아르헨티나 한인회에서 소녀상 전시를 주도했다. 이번 도서전에 부스를 설치해 참여하는 아르헨티나 한인회를 대표해 최도선(60) 회장은 한겨레에 “유럽과 다른 남미 국가 관람객들, 학생 등 130만명이 찾는 아르헨티나 최대 행사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파급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한 활동으로 198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도 소녀상 설치를 지지해왔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남미 최초로 소녀상을 설치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2022년 11월 정의기억연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억의 박물관(ESMA)’에 있는 정원 ‘5월 광장의 할머니들’의 ‘기억의 집’에 소녀상을 전시할 예정이었다. 기억의 박물관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희생자들을 기리는 곳으로, 군부독재 시절 해군사관학교로 사용되던 곳이다. 독재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체포해 감금·고문하고 이곳에서 태어난 여성들의 아이는 해외로 보내거나 살해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어머니·할머니회가 만들어지면서 투쟁을 했고, 이곳도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애초 식민통치·군부독재 시기를 거친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아르헨티나의 역사적 장소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로 정의기억연대가 제작한 소녀상이 운송됐지만, 2022년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G)20 정상회의에서 당시 알베르토 페르단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회동 이후 아르헨티나 정부와 부에노스아이레스시가 입장을 바꾸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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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에 설치된 소녀상. 아르헨티나 한인회 제공 |
도서전 개막 직전까지도 일본의 압박은 계속됐다. 아버지가 강제동원피해자이기도 한 최 회장은 “소녀상을 관람객들이 입장하는 도서전 정문 통로에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일본 대사관에서 전시회를 주최하는 재단을 찾아가 항의를 했다. 그 뒤 설치 장소가 바뀌었다. 그나마 시 인권국의 부스가 있어 그곳에 소녀상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한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대중에 공개되는 소녀상 외에도 이번 도서전에서는 한국 ‘나눔의집’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전 아사히신문사 사진기자 야지마 쯔카사(마리오)의 사진전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담은 만화 ‘풀’의 김금숙 작가 사인회와 대담 등 부대 행사도 열린다. 아르헨티나 한인회는 스페인어로 번역돼 출간된 만화 ‘풀’을 현지 학교 등에 배포하는 등 위안부 관련한 현대사를 아르헨티나에 알리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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