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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자유가 좋았는데 지금은…” 76년생 딩크족 공무원의 회한 글 화제

헤럴드경제 한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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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자유가 좋았는데 지금은…” 76년생 딩크족 공무원의 회한 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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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1976년 딩크족 女 공무원 글 확산
“‘잘’ 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텅 빈 잘’”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자녀를 두지 않고 부부끼리 인생을 즐기는 ‘딩크족’의 삶을 선택한 한 중년 여성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토로한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부터 ‘어느 76년생 딩크족 공무원의 회환’이란 제목으로 게시물이 올라 와 퍼지며 누리꾼들의 시선을 잡았다.

해당 글은 원래 지난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회한’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나는 (19)76년생 입니다”라고 운을 뗀 작성자 A 씨는 “외환위기(IMF)를 겪고 사회에 나왔고,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거리에서 누비며 느꼈던 청춘이었다. 결혼을 했고, 신혼 초엔 마치 드라마처럼 살았다”라고 지난 삶을 되돌아봤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A 씨는 “맞벌이를 하며 ‘둘이 벌어 둘이 쓰는 삶’을 당당하게 선택했다. 애초에 우린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IMF를 겪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것에 대한 무거움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직업으로)공무원을 선택했다. 사랑만으로도 충분했고, 자유로운 삶이 너무나 소중했다”라고 딩크족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친구들이 육아와 집 값 걱정에 허덕일 때 A씨 부부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니고, 기념일마다 호텔에서 묵으며 서로를 챙겼다. 퇴근 후에는 문화센터에서 와인 클래스를 듣고, 함께 서점을 가는 등 취미와 문화생활을 만끽했다. 부부는 ‘애 없이 이렇게 살면 딱 좋지 않아?’라고 서로를 다독였고 ‘남들과는 다른 삶’에 만족했다.


그런데 나이가 50줄로 접어들면서 후회가 밀려왔다.

A씨는 “(나이 든)지금도 주말은 나름 바쁘다. 요가도 하고 친구들과 맛집도 다니고 동호회도 열심히 나간다. SNS에 사진 올리면 ‘언니 진짜 멋지세요’ 댓글도 달리고 있다”며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잘’이 ‘텅 빈 잘’ 같더라”라고 공허함을 표현했다.


A씨는 “모임이 끝나고 친구들이 ‘우리 아들 데리러 가야 돼’ 하며 일어설 때, 누군가는 딸이 보낸 톡을 보며 웃을 때, 나는 혼자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다. 누군가의 ‘엄마’였던 적이 없고, 누군가의 ‘걱정’이었던 적도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내 생일에, 조카가 단체방에 ‘생일 축하드려요~’ 하고 이모티콘 하나 보내 준 게 전부였다”면서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도, 마음이 자꾸 조용해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땐 자유가 좋았다. 지금은…‘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책임지는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다는 게 마음 깊숙이 아릿하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남은 삶을 공허하게 지내고 소멸당하면 되는 거다, 애당초 딩크라는 말을 지키는 부부도 잘 없다”, “혼자 남았을 경우가 정말 두렵긴 하다”, “모든 선택은 장단점이 있다. 다 가질 순 없다”, “동물보다 자식은 그냥 일억배 천억배 축복이고 행복인거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통계청의 과거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초혼 신혼부부 81만 5357쌍 중 딩크족은 28.7%(23만 4066쌍)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8.0%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