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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벌 수도 있었는데”…챗GPT 버리고 떠난 이들, 능력 보니 나갈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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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기업으로 시작한 오픈AI
2019년부터 본격적인 영리 활동
의사결정 점점 폐쇄적으로 변화
샘 올트먼 등 소수 경영진이 좌우

기존 창업멤버 불만 점점 커지며
챗GPT 주역들, 올트먼 해임 실패
회사 떠나 퍼플렉시티·엔스로픽 창업
빅테크들로부터 막대한 투자 유치


매일경제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창업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오픈AI의 기술적 유산을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11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오픈AI 마피아’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을 이렇게 분석했다. 오픈AI 마피아란 오픈AI 직원들이 오픈AI를 떠나 독립해 창업한 스타트업 집단을 의미한다.

현재 AI 생태계를 주도하며 혁신을 이끌고 있는 오픈AI 마피아들은 한때 오픈AI에서 인공지능(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들로 ‘검증된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리야 수츠케버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챗GPT 개발을 총괄한 ‘챗GPT의 어머니’ 미라 무라티 싱킹머신(TML) 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창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든 이유다. 생성형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앤스로픽엔 아마존과 구글이, 회사 이름과 같은 생성형AI를 개발한 퍼플렉시티엔 엔비디아 등이 투자를 단행했다.

공식적으로 벤처캐피털이나 외부 자금 유치를 전혀 하지 않은 SSI는 설립 8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43조원)를 돌파했다. 오픈AI 이사회 의장 브렛 테일러가 2023년 3월 설립한 AI 스타트업 ‘시에라’는 지난해 10월 설립 1년 반 만에 45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아마존에 합병된 로봇AI 기업 코베리언트는 오픈AI 연구원 출신 피터 첸이 창업했고, 머스크의 xAI도 오픈AI 연구원 경력의 이고르 바부슈킨이 공동 창업자로 참여했다. 현재까지 오픈AI 전현직 인재들이 만든 AI 스타트업은 30여 개에 달한다. 오픈AI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현재 샘 올트먼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도 오픈AI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다.


오픈AI 마피아의 기원을 살펴보려면 2023년 ‘오픈AI 쿠데타’ 시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픈AI 마피아는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개발을 지향한다. 2015년 설립된 오픈AI가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비영리에서 영리화로 전환한 것은 오픈AI 마피아들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회사, 그리고 자신들이 믿는 신념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오픈AI 마피아는 오픈AI의 의사결정이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의 결정이 이사회와 소수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올트먼 오픈AI CEO나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회장 등 특정 소수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에 비판적이었다.


의사결정 구조를 놓고 올트먼과 반(反)올트먼 세력은 갈등을 빚어왔다. 오픈AI는 정관상 비영리 조직이 최고 권한자였고, 영리 자회사가 실제 제품 개발과 수익 창출을 담당했다. 이사회는 비영리 측에 속했고 범용 인공지능(AGI)의 안전한 개발을 목표로 했다. 문제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이사회는 비영리 철학에 충실해야 한다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었다는 점이다.

갈등이 표면에서 터져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임계점에 다다른 이 갈등이 폭발한 것이 2023년 11월 17일 올트먼의 해임으로 이어진 ‘오픈AI 쿠데타’다.

당시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이 회사의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일부 사안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주축이 돼 이사회는 올트먼을 해임했다.


쿠데타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오픈AI 직원 대다수가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했고, 결국 이사회는 일주일도 안돼 해임 결정을 번복했다. 올트먼은 복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조직의 구조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우리는 훨씬 더 투명하고 명확한 책임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의 CEO 복귀와 함께 이사진의 대부분이 교체되면서 쿠데타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오픈AI는 해임 사태 이후 이사회 구성을 전면 재편하고 투자자 및 산업 친화적인 구조로 전환했다. 안전성보다 상업성을 더 중시하는 조직으로 변신한 것이다.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반(反)올트먼 전선에 섰던 인물들의 선택지도 명확해졌다. 회사가 안전성보다 상업성을 강조한 것도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남은 길은 하나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오픈AI와 이별하고 각자 갈 길을 가야 했다. 이렇게 한때 오픈AI에서 GPT 시리즈 등의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관여했던 인재들이 대거 오픈AI를 떠나 저마다 창업에 나섰다.

오픈AI 마피아는 비공개 구조와 영리 목적이 AI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스리니바스가 공동창업한 퍼플렉시티, 무라티 창업자의 TML 등은 이 같은 철학에 기반해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아모데이 앤스로픽 창업자는 “오픈AI는 이제 더 이상 오픈(Open·개방적이지)하지 않다”며 일갈한 바 있다.

오픈AI 마피아는 ‘○○마피아’의 원조 격인 페이팔 마피아와도 비교된다.

페이팔의 전직 직원들이 2002년 페이팔이 이베이에 인수된 후 대거 회사를 빠져나와 창업한 스타트업 집단들이 페이팔 마피아다. 머스크 테슬라 CEO, 피터 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 리드 호프먼 링크트인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오픈AI 마피아란 용어는 오픈AI 직원들이 퇴사한 후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설립하는 모습이 페이팔 마피아들과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창업자들 간 단단한 인맥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사업을 도우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을 마피아에 빗댄 것이다.

페이팔 마피아 이후 20여 년 만에 등장한 오픈AI 마피아는 하나의 기업 출신들이 주도한 창업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등장 배경이나 철학, 친정(페이팔과 오픈AI)과의 관계, 사업의 지향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페이팔 마피아가 회사(페이팔)가 인수되며 퇴사한 것과 달리 오픈AI 마피아는 오픈AI의 철학과 운영방식에 대한 내부 갈등으로 퇴사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오픈AI의 내부 기술과 철학을 공유하지만 그 방향에 비판적이거나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영리화에 반대한 것 외에도 오픈AI 마피아와 오픈AI는 크게 AI의 개발 속도, 방향성, 통제 구조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오픈AI가 인간 수준 이상의 인공지능인 AGI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오픈AI 마피아는 AI의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픈AI가 AI 시장 선점을 위해 GPT-4, GPT-4o 등 다양한 모델들을 빠르게 상업화하며 출시할 때 오픈AI 마피아들은 이에 우려를 표명했다.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AI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오픈AI 수석과학자 출신인 수츠케버가 창업한 스타트업은 오픈AI 마피아들이 지향하는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츠케버는 SSI의 설립 발표문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목표와 하나의 제품만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안전한 초지능’”이라며 ‘안전’에 방점을 찍었다.

오픈AI 연구부사장 출신인 아모데이는 지난 3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시점이 내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픈AI 마피아의 등장은 AI업계의 철학적 이견과 권력의 다극화를 보여주는 주요 사건이다.

오픈AI 마피아들이 오픈AI를 나와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앤스로픽, 퍼플렉시티, SSI 등의 AI 기업들이 탄생했다. 이들로 인해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중심의 소수 기업이 주도하던 AI 생태계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또한 AI 개발에 있어 속도 못지않게 윤리와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경각심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쿠데타로 축출됐던 올트먼이 CEO에 복귀하며 훨씬 더 투명하고 명확한 책임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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