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소기업 대출규모 크게 줄여
대내외 불확실성 커지면서 은행 대출 심사 깐깐해져
정부 대출 규제 완화 고민
대내외 불확실성 커지면서 은행 대출 심사 깐깐해져
정부 대출 규제 완화 고민
![]() |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법인카드 발급도 줄여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규모 크게 줄여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68만231건으로 전년 동기 72만2542건 대비 5.9%가량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 잔액도 2월 30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기록한 307.5조원 대비 1.6%가량 줄었다.
기술신용대출은 은행권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비교적 저금리에 공급하는 자금이다. 2014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해 현재는 전체 기업 대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기술신용대출 공급이 본격적으로 감소했으며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은행이 대출건수와 대출잔액을 모두 줄였다.
![]() |
은행의 기업대출에 대한 소극적인 움직임은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은이 집계한 국내 은행들의 3월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줄어든 132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3월 기준 기업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대기업 대출이 7000억원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1조4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영업을 축소한 점과 분기말 부실 채권 매상각을 늘린 점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2분기에 더 깐깐해질 전망이다. 한은의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전 분기 0에서 -6으로 하락했다. 지수가 낮아지면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강화돼 대출 영업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한은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의 여신건전성 관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취약 업종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태도가 다소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기업의 대출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운전자금을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조사됐다.
경기가 나빠지고 대출도 얼어붙자 기업들은 법인카드 발급까지 줄여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지난 1월 기준 국내 법인의 신용카드 발급은 1162만7000장으로 전월 대비 2만2000장 줄었다. 법인카드 발급이 축소된 것은 2018년 5월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이다. 1월 법인카드 이용금액도 전월 대비 2조원 넘게 감소했다.
미국발 관세 충격에 중소기업 대출 부실 우려 커져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대기업에 비해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0.48%에서 작년 말 0.62%로 올라갔다.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 원금도 2023년 3조원대에서 작년 말 4조원대로 올라갔다.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커질 것을 염려한 은행들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건전성 지표 하락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의 기업대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하향 조정 등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다. RWA 규제가 완화되면 위험 대출을 늘려도 CET1이 나빠지지 않는 효과가 있다. 대출 규제를 다소 풀어 국내 기업들이 미국발 관세 충격에 버틸 여력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도다. 금융위원회는 '자본비율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돈을 더 빌려준다 하더라도 경기가 워낙 나빠서 나중에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하는 분위기지만 기업의 체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은행들이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