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국회의장들, 4년 중임·분권형 대통령·국회 추천 총리제 제안

서울맑음 / 18.3 °
한겨레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원식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역대 국회의장들은 대부분 개헌론자였다. 자문 기구를 구성해 개헌안을 발표했다. 2009년 김형오 국회의장, 2014년 정의화 국회의장, 2017년 정세균 국회의장, 2023년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헌안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개헌안을 발의했다.



시민단체 대화문화아카데미의 중요한 활동이 바로 개헌 운동이다. 2006년부터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토론과 연구를 거쳐 개헌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월25일 ‘대권에서 분권으로’라는 주제로 새 헌법안을 발표했다. 개헌안의 핵심은 권력구조다. 개헌의 당위성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개헌안에서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최소 개헌





헌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정치 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헌법보다 정치가 우선이다. 개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87년 이후 개헌이 안 된 것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헌법도 경로 의존성이 있다. 권력구조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6·3 대선 이후 개헌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최소 개헌’을 할 수밖에 없다.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지금은 개헌의 내용보다 개헌을 해내는 것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분권형 대통령제





고인이 된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평생 의회정부제(내각책임제)를 주장했다. 1990년 3당 합당의 조건도, 1997년 디제이피(DJP) 연합의 조건도 의회정부제 개헌이었다. 그러나 국민은 의회정부제를 싫어한다. 최고 권력자를 내 손으로 직접 뽑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박정희 전두환 때 뺏겼던 대통령 직선제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국회의원과 국회를 싫어하는 탓도 있다. 반정치주의와 정치 혐오증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제와 의회정부제를 절충한 ‘이원정부제’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심하다. 그래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개념이 새로 만들어졌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은 책임총리제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해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어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형오 정의화 정세균안은 ‘선출’하도록 했지만, 김진표안과 대화문화아카데미안은 ‘국회 복수 추천’으로 완화됐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도 국무총리 후보자를 국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임명권은 대통령이 확실히 갖는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분권형 대통령제는 의회정부제(내각책임제)가 아니다.





대통령 임기





대통령제는 의회와 대통령을 각각 선출해 견제와 협력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도록 한 ‘분립형 권력구조’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은 의회와 대통령 임기 보장을 통한 정치 안정이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임기는 항상 4년 중임제가 가장 많이 나온다. 왜 그럴까? 익숙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1788년 헌법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237년 동안 대통령 선거 4년 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대단한 저력이다. 우리도 1공화국, 3공화국은 4년 중임제였다.



1987년 5년 단임제 도입 이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 동시 지방선거 주기가 엇갈리며 불안정성이 커졌다. 거기에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 주기가 더 엉망이 됐다. 앞으로도 대통령은 또 탄핵당할 수 있다. 4년 중임제로 개헌해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궐위되면 또다시 선거 주기가 흐트러진다. 대통령 궐위 시 선출하는 후임자의 임기를 새롭게 보장할 것인지, 잔여 임기만 재임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대통령과 부통령을 같이 뽑아두고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하는 방안도 물론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1공화국은 정·부통령제였다. 3공화국은 대통령 잔여 임기가 2년 미만일 때는 후임자를 국회가 선출하도록 했다.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한 4공화국은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일 때는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도록 했다.



한겨레

개헌 절차 변화




결선투표제





어느 선거나 당선자의 득표율이 50% 미만이면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의 후보 단일화 실패로 4자 대결 구도로 치러진 1987년 12월16일 13대 대선이 그런 사례다. 후보별 득표율은 노태우 36.64%, 김영삼 28.03%, 김대중 27.04%, 김종필 8.06%였다.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김영삼 후보가 당선됐고, 역사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1992년 14대 대선 이후에도 당선자 득표율이 과반이었던 사례는 2012년 박근혜 당선자의 51.55%뿐이었다.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당선자가 바뀔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당장 바로 직전 2022년 5·9 대선도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다.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인데 심상정 후보가 2.37%를 득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17년 정세균안을 시작으로 모든 개헌안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를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 개헌이 이뤄진다면 결선투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감사원





감사원은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갖고 있다. 헌법은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두도록 했다. 그동안 감사원이 대통령의 ‘통치 기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근본적 이유다. 2009년 김형오안 이후 모든 개헌안은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 기구로 두거나,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개헌이 이뤄지면 그렇게 될 것이다. 감사원 독립이나 회계검사권 국회 이관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중요한 내용이다.





양원제





우리나라는 단원제로 출발했으나 1952년 ‘발췌개헌’에서 민의원과 참의원 양원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를 하지는 않았다. 양원제가 실제로 작동한 것은 1960년 2공화국 시기뿐이었다. 그런데도 양원제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겸하는 미국의 사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부분 양원제를 지지한다. 2009년 김형오안을 시작으로 거의 모든 개헌안이 양원제를 제의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안은 양원제 도입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상원을 설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신중한 입법, 장기적 국익을 고려한 국정 심의, 입법부와 집행부 간 및 입법부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 하원은 주권자 의사를 균등하게 대표하고, 상원은 광역 대표성을 토대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을 실현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인구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저출생의 여러 원인 가운데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 있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지역 대표성이 강한 상원을 설치하는 게 옳다.



양원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반정치주의다. 국회의원이 많아지는 것을 국민이 싫어한다. 양원제를 관철하려면 먼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급여를 확 줄이더라도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양원제를 해야 한다. 의원 정수 증원 문제를 공론화하고 숙의 토론을 진행하면 반대 의견은 줄어들고 찬성 의견은 늘어난다. 더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