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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에서 바라본 대구 도심 아파트. |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다. CR리츠 출격으로 상당량이 적체된 지방 미분양 물량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완화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이 설립한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가 최근 등록을 완료했다. 다음 달에도 3개의 CR리츠가 등록될 전망이다.
JB자산운용의 CR리츠는 467억 원 규모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인 대구 수성구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 288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다음 달 선보일 CR리츠들은 대구와 전남 광양 미분양 주택 1500가구가량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CR리츠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물꼬를 트게 됐다. 최근 2년여간 빠르게 증가한 지방 미분양 주택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2022년 6월 2만3000가구 수준이던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같은 해 하반기 급증세를 보이면서 2022년 말 5만7000가구 이상으로 늘었다. 1년 후인 2023년 말 5만2000가구대로 내려오기는 했으나 현재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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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 추이.(단위: 가구) |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3분기까지 7000가구 안팎이었는데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월 1만 가구를 돌파했고 2월 말 기준 1만9000가구대를 기록 중이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19개월 연속 증가했다. 해당 기간 물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대구다.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3년 8월 791가구에서 올해 2월 말 3067가구로 4배 가까이 확대됐다.
경남(604가구→2459가구)과 경북(910가구→2502가구), 부산(809가구→2261가구), 전남(1328가구→2401가구)도 적게는 1000가구에서 많게는 1800가구 이상 증가했다.
CR리츠를 통해 지방 미분양이 축소되겠지만 그 물량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만 가구에 가까운 물량을 매입할 만큼 CR리츠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데다 향후 무리 없는 청산을 고려해 사업자들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주택 매입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CR리츠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해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일정 부분만이라도 소화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미분양을 줄이고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데 CR리츠는 가시적으로 수치를 낮춰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분양 물량을 평균 수준에 가까워지도록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최근 10년 평균의 1.3배 정도인데 CR리츠를 통해 1.1~1.2배 정도로만 줄여도 제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윤 위원은 "미분양 물량이 줄면 비관적 시각이 잦아들고 반대로 긍정론이 형성되면서 침체를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며 "빈집이 주인을 찾고 임대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돈이 돌게 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투데이/전보규 기자 (jb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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