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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 빨아들이는 美…한국시장 투자는 ‘찬바람’만 [2025 ‘코피티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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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I 신고액 64억 달러…1년새 9% ↓
관세 불확실성 우려, 6년 만에 감소
“보조금 지원, 다국적 기업 유치해야”


이투데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일환으로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도모하는 코피티션 전략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계의 복잡한 공정이 그려진 이미지.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이 기업경영 생존 전략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동종 업계간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코피티션이란 용어가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베스트셀러 저서 ‘코피티션’을 통해서다. 이후 30여 년간 다양한 형태로 확산된 코피티션은 최근 대내외 복잡한 경영 환경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경쟁사와 협력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돌파구다. ‘적과의 동침’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합종연횡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배경과 기업들의 코피티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기업들의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은 고정비용 부담이 큰 산업에서 투자 촉진제로 작용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정책에 맞선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미국 전 산업에 걸친 투자·고용 확대 발표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외국기업의 한국시장 투자는 ‘찬바람’ 일색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감소한 64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FDI가 감소한 것은 2019년(-35.7%) 이후 6년 만이다. 산업부는 도널드 트럼프 2기 관세 정책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투자 관망세가 심화하며 FDI 신고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분석국(BEA)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21~2023년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의 24%는 미국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Chips Act) 등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펼쳐 글로벌 기업 투자를 유치했다. 배턴을 이어받은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카드로 기업투자를 유도 중이다.

한국기업들도 미국행 러시에 가세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순유출은 2016~2019년 연평균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서 2021~2023년 연평균 232억 달러(약 33조 원)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이 ‘투자 시 대규모 보조금’ 정책으로 글로벌 자본을 빨아들이는 동안 한국에서는 연평균 30조 원 이상의 자본 순유출이 발생한 셈이다. 실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미국 집중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하는 현상을 마냥 지켜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 정부는 TSMC에 보조금을 쥐여주며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유치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부지 제공, 인프라 확충, 인력 양성까지 종합적 지원이 이뤄졌다. 그 동안 제조업은 죽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버티던 일본이 다시 반도체 산업 부활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일본 내 첨단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다국적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전략 산업별로 차등화된 투자보조금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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