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날씨를 보인 11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태권도 발차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칼럼과 관계 없음. 뉴시스포근한 날씨를 보인 11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태권도 발차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칼럼과 관계 없음. 뉴시스 |
태권도는 지난 70여년간 전 세계 213개 회원국을 거느린 국제스포츠로 발돋움했다. '88 서울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꾸준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종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태권도의 국가적 위상이나 국제스포츠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옛 영화를 잃어버린 일본 유도와 가라테의 전철을 밟을 지도 모른다.
현재 올림픽 정식 종목 가운데 종주국 출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종목은 태권도가 유일하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유도와 가라테의 국제연맹 회장은 모두 유럽인이다. 세계태권도연맹 회장 선거에도 유럽 회원국들의 도전이 거세다. 국제 스포츠계를 장악한 유럽 출신에게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직이 넘어 간다면 K-컬처의 원조 격인 태권도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 약화와 함께 국기원 주요 사업인 태권도 지도자 양성과 연수, 단증 발급 등의 정책이 암초에 부딪칠 수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기원을 비롯한 내부 조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국기원 조직 쇄신이 중요하다. 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라는 자부심과는 동떨어진 정책 혼선으로 태권도인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구조적 문제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원장과 이사장의 이원 체제가 가져온 혼선과 줄서기가 심각하다. 국기원장은 전국의 태권도 사범들이 직선으로 선출하고, 국기원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찬반 투표(재적 이사 과반 이상 찬성)로 선출한다.
이원 체제가 부른 주도권 다툼이 끝없는 갈등을 부르고 이해 관계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경향마저 보이는 게 국내 태권도계의 현실이다. 두 수장에 대한 줄서기로 이사회에서 의견 대립과 정책 왜곡이 수시로 나타난다. 새로운 정책 추진과 예산 확보를 통한 태권도계의 과감한 혁신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국기원이 명실상부한 세계태권도본부로 기능하며 종주국 위상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태권도 조직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정부 조직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태권도진흥재단으로 일원화를 하든, 국기원과 재단을 해체해 하나의 새로운 조직을 만들든, 정책 수립 및 추진에 장애가 없도록 일사불란한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태권도 발전과 위기 극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당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내 태권도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관련 의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태권도진흥법안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해 태권도 교육시스템 개선, 지도자 양성, 국제교류 확대와 관련 산업 육성 등 정부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 추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태권도 진흥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관련 예산은 태권도 교육시설 확충, 교육프로그램 개발, 지도자 인건비 지원, 태권도의 글로벌 산업화, 태권도 국제대회 유치 등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
다섯째,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교육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간 협력 강화를 통해 태권도 교육 및 국제교류, 산업화를 위한 문화콘텐츠 개발 등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태권도에 관심있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내 태권도계가 분열하고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머지않아 일본 유도와 가라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아직은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종주국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국회, 그리고 민간기업들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이유다.
김수민 (재)경기도태권도협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