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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 선서 행사서 "금융 시장에서의 혼란은 과도기이며 상황이 더 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 AFP=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현재 145%)이 상당히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미중 관세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낸 것은,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급속도로 커진 데 따른 속도 조절로 풀이된다.
"경질하겠다"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닷새 만에 "해고할 생각이 없다"고 말을 바꾼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문제를 해소해 시장 우려를 덜어내는 한편, 자칫 실물경제로 확대될 수 있는 영향을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관세 145%가 매우 높다고 인정하는 등 대중국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어떻게든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주목하는 눈치다. 미중 대치·교착 상황을 이대로 이어갈 순 없다는 인식을 확인, 공유했다는 것이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행사에서 "중국과의 교착 상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뉴욕증시는 정규장과 시간외거래에서 모두 강한 반등세로 '화답'했다. 이날 정규거래에서 3대 지수는 각각 2.5% 넘게 상승했고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도 주식선물 지수가 1%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날 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 역시 99.2 수준을 회복하면서 기축통화(국제금융거래에서 기본이 되는 돈) 붕괴 우려가 한결 잦아들었다. 트로이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최고가를 찍었던 금값은 335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이날 시장이 안도랠리를 보인 것과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일변도의 정책 드라이브에 급제동을 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은 여전한 우려로 지적된다.
이달만 해도 지난 9일 0시 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는 발표에 이어 11일엔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를, 14일엔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돌연 유예하는 예상 밖의 조치가 줄줄이 이어졌다.
상호관세 유예 발표 직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급등했다가 곧바로 미중 양국이 관세뿐 아니라 각종 무역제재 조치를 주고받기식으로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은 최근까지 널뛰기 흐름을 보였다.
미중 간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시사했지만 외교통상가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무역전쟁 때와는 달리 이번엔 중국이 물러설 생각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이 무역 합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이 조건을 정할 것"이라고 언급한 건 이 같은 상황을 드러낸 대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 "힘들고 오래 걸릴 것"이라며 중국이 소비를 늘리고 미국은 제조업을 강화하는 "아름다운 재조정"을 위해 중국이 준비가 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급발진과 급제동을 반복하면서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정책으로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 시장 달래기 발언이 뒤따르는 것은 시장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일 뿐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까지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중국 협상과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와 의약품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품목별 관세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따라 미국 경제가 다시 급격한 변동성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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