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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병보다 더 심각했던 마음의 병… ‘최악 타선’ SSG는 어떻게 쿠에바스를 무너뜨렸나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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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이야기를 해보면 선수들이 생각보다 더 짓눌려져 있더라”

이숭용 SSG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최근 타격 부진이 풀 죽은 선수들의 마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계속 기를 살려주려고 하는데도 좀처럼 선수들의 마음이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팀의 간판타자인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빠진 상황에서 팀 타격이 되지 않자 선수들이 더 소극적으로 바뀌고, 그 소극적인 타격 자세가 더 좋지 않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선수들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고 봤다.

코칭스태프는 항상 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적극적으로 돌려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그런데 심지어 번트조차도 타이밍이 늦는다는 게 이 감독의 한숨이었다. 시즌 중이지만 훈련량도 늘렸다. 지난 주 홈 6연전에서는 선수들이 오후 1시부터 그라운드에 나와 사실상의 특타를 했다. 그렇게라도 선수들의 머리를 비워주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이 변화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타석에서 망설이고, 여전히 결과에 짓눌려 있었다. 좋은 공을 멀뚱멀뚱 그냥 보내고, 2S에 몰린 뒤 허무하게 물러서는 경우가 많았다. 한 두명 그런 게 아니라 팀 분위기가 집단적으로 그렇게 흘러갔다. 물론 멤버도 약한 게 사실이고, 기술의 병도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다 잘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의 병이 너무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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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2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다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자신감이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더라. 다 물어보면 타석에서 조금 망설인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한 명, 한 명씩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괜찮으니 지금은 결과보다 (준비한 것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망설이지 말고 일단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라. 그것이 첫 번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타자들에게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 SSG 타선이 모처럼 웃었다. SSG는 23일 수원 kt전에서 상대 정상급 외국인 선발인 윌리엄 쿠에바스를 1회부터 두들기며 3회까지만 10점을 낸 끝에 11-5로 이겼다. 선발 미치 화이트가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 부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타선이 경기 시작부터 kt의 백기를 받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SSG 타자들은 쿠에바스를 상대로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냈다. 쿠에바스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선수지만, 그 변화구에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로 노림수는 조금 달랐지만 아웃이 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해보고 죽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볼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빠르게, 빠르게 승부를 했다. 때로는 상대의 경기 진행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이 적극성과 과감함은 결국 3회까지 10득점으로 이어지며 타선의 폭발로 직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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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나온 6개의 적시타 중 고명준 한유섬 최준우 조형우는 모두 4구 이내에 스윙을 해 적시타를 쳤다. 고명준은 2회 초구 패스트볼을 힘껏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어냈다. 3회 조형우도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투심패스트볼을 노려 역시 홈런을 쳤다. 6회 박성한의 홈런 또한 3구째에 나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초구를 치고 죽는 경우가 많이 나오는 등 결과가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타격은 3할의 예술이다. 10번 시도해 3번만 성공해도 ‘뛰어난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SSG 타자들은 지금까지 7번의 아웃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이날은 1~2번의 성공에 베팅한 저돌적인 야구를 했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100번 말로 듣는 것보다, 한 번 실전에서 경험한 게 더 중요했다. 이런 방식이 앞으로 실패하는 날도 있었지만 때로는 더 높은 확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선수단 전체가 느꼈을 것이다. 선수단에 주는 울림이 적지 않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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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숭용 감독도 “타선이 초반에 폭발한 부분이 화이트 호투로 연결되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타자들이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타격 파트 코치들과 스텝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데 수고했고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우리가 연습량도 늘리고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한다. 승리를 하면 분위기 반전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어차피 성적이 더 떨어질 곳은 없다. 다음 주에는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 라이언 맥브룸이 가세하고, 이르면 다음 주말에는 최정도 돌아올 수 있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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