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정후를 3번으로 보냈다. 이정후에 대한 팀의 믿음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팀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꽤 괜찮은 대안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정후는 3번에도 익숙한 선수였다. 선수 경력을 봤을 때 오히려 리드오프보다 3번 타순에서 더 경험이 많았다. 이정후의 타격 특성을 고려하면, 테이블세터가 잘하면 나름 괜찮은 타순 구성이었다.
샌프란시스크는 리드오프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를 낙점하고, 2번으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윌리 아다메스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정후를 3번에 뒀다. 이 구상에 대해서는 올 시즌을 앞두고 꽤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았다. 선수들의 특성이 잘 조합됐다는 것이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는 공을 잘 보는 유형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0.240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출루율은 이보다 1할 이상 높은 0.346이었다. 2023년 출루율 0.373, 지난해 출루율 0.380을 기록했다.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리드오프에 어울리는 출루율이었다.
이정후는 그 기대대로 가고 있다. 이정후는 23일(한국시간) 현재 23경기에서 타율 0.315, 출루율 0.374, 장타율 0.573, 3홈런, 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7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 한창 좋았을 때보다는 타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팀 내 최고 타자로 활약 중이다. 타점도 15개를 올리면서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즌 초반 그 이정후의 영향력이 극대화되지 않는다.
앞에 주자가 잘 없다. 올 시즌 팀 테이블 세터의 출루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주자들이 좀 많이 깔려 있다면 이정후가 더 많은 타점을 쓸어 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성적이 그렇다. 하지만 앞선 타자들이 출루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이정후에 대한 집중 견제만 이뤄지는 양상이다.
웨이드 주니어는 올해 리드오프 자리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 기나긴 무안타 침묵에 빠졌고, 근래 들어 다소 올라오기는 했지만 시즌 타율은 0.103, 시즌 출루율은 0.232에 머물고 있다. 웨이드 주니어의 타격 부진이 길어지자 샌프란시스코는 헬리엇 라모스를 1번으로 올려 만회에 나섰다. 물론 효과를 본 날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라모스의 올해 타율도 0.232, 출루율도 0.280에 머물고 있다.
이정후는 오히려 올해 주자가 있는 경우 타격이 힘을 낸다. 23일까지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 0.294를 기록했다. 반면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는 타율 0.333을 기록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출루에 더 신경을 쓰며 볼넷이 많은 편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치며 주자들을 진루시키고 불러들이고 있다. 그런 이정후의 최근 페이스를 고려하면 테이블세터의 부진, 특히 아다메스의 정상적이지 않은 성적은 더 아쉽다.
밥 멜빈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이정후를 3번으로 쓰지만, 무조건 3번에 넣는 것은 아니라면서 1번으로도 투입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놨다. 현재 상황을 샌프란시스코가 어떻게 판단할지도 주목되는 가운데 시즌 초반 기가 막힌 출발을 한 샌프란시스코는 어느덧 승패 마진을 까먹으며 현재는 15승9패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는 5승5패, 5할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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