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 안전보장 없는 중재안 제시
푸틴, '현 전선 유지하며 침공 중단' 제안
궁지 몰린 우크라... "크림반도는 우크라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안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토 합병을 인정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러시아도 일부 요구 충족 시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아무런 안전 보장 없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의 종전 구상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주 유럽·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 잇따라 회동하면서 종전을 위한 물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미국 정부가 공인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의 지배도 인정해 주라는 내용의 사실상 '마지막 제안'을 우크라이나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미·러 경제협력 강화 등 러시아에 유리한 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러시아도 처음으로 한발 물러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고, 러시아군이 빼앗은 일부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중 미점령 영토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포기하겠다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을 전부 자국 영토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번 주 네 번째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푸틴, '현 전선 유지하며 침공 중단' 제안
궁지 몰린 우크라... "크림반도는 우크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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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노엘 바로(왼쪽부터) 프랑스 외무장관,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우크라이나와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파리에 도착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안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토 합병을 인정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러시아도 일부 요구 충족 시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아무런 안전 보장 없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의 종전 구상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대 쟁점' 떠오른 크림반도 영유권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번 주 유럽·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와 잇따라 회동하면서 종전을 위한 물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미국 정부가 공인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의 지배도 인정해 주라는 내용의 사실상 '마지막 제안'을 우크라이나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미·러 경제협력 강화 등 러시아에 유리한 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러시아도 처음으로 한발 물러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1일 현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고, 러시아군이 빼앗은 일부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중 미점령 영토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포기하겠다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을 전부 자국 영토로 인정하라는 요구를 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번 주 네 번째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17일 파리 회담에 이어 이날 영국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연합(EU) 국가들과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및 위트코프 특사가 갑작스레 불참했다. 다수 소식통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측에서 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제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분열됐다고 한다. EU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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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
젤렌스키, 美 구상 거부
우크라이나는 수세에 몰렸다. 미국의 중재안에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바랐던 나토 가입은 물론 미국의 안전 보장도, 빼앗긴 영토 회복도 빠졌다. 이대로라면 종전이 되더라도 언제 재침공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아무런 대가 없이 내주는 꼴이 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2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평화 조건을 신속히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반나 클림푸시-친차제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인테르팍스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침략자인 러시아에 양보하는 대가로 얻은 일시적 휴전을 성과로 포장해 미국의 위대한 업적으로 내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당분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유럽 침략을 경계하는 EU도 미국의 종전 구상에 회의적이다. 세바스토폴 등 주요 항구가 포함된 크림반도를 러시아 손에 맡기면 유럽 대륙 전체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독일 외교위원회의 슈테판 마이스터는 워싱턴포스트(WP)에 "크림반도는 유럽 안보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유럽은 어떤 형태로든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구 통제 아래 놓거나 국제법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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