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주민 궐기대회
지난 21일부터는 1인 시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자락 걸산동에 거주하는 황옥선(73)씨는 얼마 전 곤욕을 치렀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쓰러져 119로 연락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구급차가 오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마을이 미군기지 한복판에 있어 미군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구급차도 먼 길을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 죽겠는데 구급차가 임도(산길)로 오는 바람에 고생했다”며 “주민 대부분 70대, 8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해 구급차라도 자유롭게 출입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걸산동 마을은 사방이 미군 시설에 가로막혀 미군이 발급해주는 통행권(패스)이 있어야만 외부를 오갈 수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2년 이 일대에 미군이 1,415만㎡ 규모의 공여지를 확보해 대규모 미군기지(캠프 케이시)를 신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3일 동두천시지역발전범시민대책위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내와 통하는 길이 기지에 가로막힌 걸산동 주민(50여 가구, 98명 거주)들은 패스가 없으면 차를 타고도 산길(3.5km) 포함 10㎞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70여 년 동안 감수해왔다. 이렇게 빙 둘러 가면 30분이나 걸린다. 반면 패스 소지자는 캠프 케이시 정문으로 들어가 부대를 관통해 7분(승용차 이용 시)이면 마을에 도착한다. 특히 임도는 매우 위험해 주민들이 꺼린다.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에 꼬불꼬불하고 낭떠러지도 있다. 부대를 관통해 마을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하루 단 2회(오전 11시, 오후 4시) 운행한다. 이마저도 패스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
지난 21일부터는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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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시 걸산동 마을입구 임도(왼쪽)와 미군 부대 관통길(오른쪽) 모습. 한 차량이 임도를 통해 마을로 진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자락 걸산동에 거주하는 황옥선(73)씨는 얼마 전 곤욕을 치렀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쓰러져 119로 연락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구급차가 오지 않았던 것. 그 이유는 마을이 미군기지 한복판에 있어 미군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구급차도 먼 길을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 죽겠는데 구급차가 임도(산길)로 오는 바람에 고생했다”며 “주민 대부분 70대, 80대 고령인 점을 감안해 구급차라도 자유롭게 출입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걸산동 마을은 사방이 미군 시설에 가로막혀 미군이 발급해주는 통행권(패스)이 있어야만 외부를 오갈 수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2년 이 일대에 미군이 1,415만㎡ 규모의 공여지를 확보해 대규모 미군기지(캠프 케이시)를 신설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3일 동두천시지역발전범시민대책위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내와 통하는 길이 기지에 가로막힌 걸산동 주민(50여 가구, 98명 거주)들은 패스가 없으면 차를 타고도 산길(3.5km) 포함 10㎞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70여 년 동안 감수해왔다. 이렇게 빙 둘러 가면 30분이나 걸린다. 반면 패스 소지자는 캠프 케이시 정문으로 들어가 부대를 관통해 7분(승용차 이용 시)이면 마을에 도착한다. 특히 임도는 매우 위험해 주민들이 꺼린다. 급경사 오르막과 내리막에 꼬불꼬불하고 낭떠러지도 있다. 부대를 관통해 마을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있지만 하루 단 2회(오전 11시, 오후 4시) 운행한다. 이마저도 패스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
문제는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패스가 제때 발급되지 않는 점이다. 2022년 이후부터 신규 발급이 안 되는 데다 주민들도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한두 달 걸리던 갱신 절차가 최근 4개월로 늘어났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주민 대부분 패스를 발급받았지만 2022년 이후 신규 입주자와 갱신이 안 된 주민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노수일(86)씨는 “왜 2년마다 발급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발급 기간도 길어져 불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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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 범시민대책위와 걸산동 주민 50여 명은 23일 미군 2사단 정문 앞에서 부대 이전 및 주민 패스 조기 발급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범시민대책위 제공 |
지난해 1월 이사 온 노모(60)씨는 아예 패스가 없다. 그는 “패스를 발급받지 못해 위험천만한 임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재산권은 물론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견디다 못한 노씨 부부는 겨울이면 시내 아들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걸산동 주민과 범시민대책위 등 5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캠프 케이시 정문 앞에서 삭발 등 궐기대회를 열고 기지 이전 및 패스 조기 발급 등을 촉구했다. 21일부터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심우현 범대위원장은 “동두천은 73년간 국가 안보 최후 보루로서 국가를 위해 특별한 희생을 했음에도 정부의 대책과 지원은 전무하다”며 “미군 기지를 약속대로 이전하던지, 평택 수준(18조9,000여억 원)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대한민국 주민이 미군 허락을 받고 집에 가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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