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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 있는 게 죄냐” 규제 트라우마가 ‘재초환 폐지’ 5만 청원 이끌었다[부동산360]

헤럴드경제 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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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국민 청원위 회부
野도 ‘부동산 과세’ 文 정권과 선 긋고 ‘공급’ 화두
재건축·재개발 통한 공급 확대 위해 ‘재초환 폐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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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에 재건축 관련 문구가 적혀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선 후보들이 일제히 부동산 공급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재초환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은 동의수 5만2171명(23일 기준)을 기록하며, 소관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 22일 회부 돼 현재 심사 중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평균 8000만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돼, 주택가격·주거 안정뿐 아니라 국민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오래 산 집이 낡아 신축을 지어 발생한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유 재산권 침해라는 의견이 있다. 또 과도하고 불명확한 산정 기준으로 분담금을 부과해 정비사업 속도를 늦춰 주택 공급 악화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초환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확실히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활황기면 상쇄 효과가 있으나, 재건축 건설 경기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의 단점이 더 드러난다”며 “자재비·인건비가 모두 오른 상황에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특정 선호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뜩이나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데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건 건설업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도 민간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중심의 공급 확대안을 들고나와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동훈 후보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공급 증대를 약속한다”면서 ‘재초환 폐지’를 공약했다. 홍준표 후보도 재초환·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폐지로 민간 중심의 주택공급시장을 조성할 것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공급확대안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과거 부동산 과세를 통한 ‘집값 억누르기’ 기조에서 ‘공급 확대’로 방향을 틀면서,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는 선을 그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선 재초환 제도의 폐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투자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로 분류되는 1주택자에겐 경제 보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서울 서초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에야 집값이 워낙 올랐지만, 불과 15년 전만 해도 30평대 아파트 값이 10억원도 하지 않았다. 특히 현재 60~70대 집주인 가운데엔 2~3억원에 사서 20년, 30년 산 사람도 많다”면서 “투기적 목적 없이 한 집에 30년 살면서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재초환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도 “8000만원 이상이라는 이익 기준도 빡빡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이익을 재원 삼아 다른 공공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폐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전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재건축을 통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라도 개편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며 “한 차례 개정되긴 했으나 부담금 면제 기준을 상향하거나, 부과 기준 구간을 차등 설정하는 등 추가적인 개편 방안이 나오는 게 맞다”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국민 형평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과거 토지공개념처럼 재건축 아파트가 공개념화돼 있는게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