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비관세 부정행위' 최상단에 '환율 조작'
파월 연준 의장에도 금리인하 유도 압박
무역적자 해소 위해 약달러 이용 가능성
환율 문제, 2+2 통상협의 테이블 오를 수도
관세를 무기로 교역국들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다. 최근 8개 '비관세 부정행위'를 나열하면서 '환율 조작'을 첫 번째로 지목하는가 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연신 공격하며 금리 인하(달러 가치 하락)를 요구하고 나섰다. 1기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과 마찬가지로 2기에도 관세와 함께 환율을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23일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에 집착하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 탓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9,184억 달러로, 전년보다 1,335억 달러(17.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강달러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수입품을 많이 소비한 측면이 있지만, 달러 강세에 미국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영향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다. 그러나 효과를 보기도 전에 90일 유예했다. 상호관세 부과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경제도 부메랑을 맞은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1.8%로 0.9%포인트 낮췄고,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이달 초 3.85%에서 현재 4.4%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국,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의 보복관세 반발도 거세다.
파월 연준 의장에도 금리인하 유도 압박
무역적자 해소 위해 약달러 이용 가능성
환율 문제, 2+2 통상협의 테이블 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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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
관세를 무기로 교역국들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다. 최근 8개 '비관세 부정행위'를 나열하면서 '환율 조작'을 첫 번째로 지목하는가 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연신 공격하며 금리 인하(달러 가치 하락)를 요구하고 나섰다. 1기 재임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과 마찬가지로 2기에도 관세와 함께 환율을 무기화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23일 외환당국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에 집착하는 근본적 이유는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 탓이다. 실제 미국의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9,184억 달러로, 전년보다 1,335억 달러(17.0%)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강달러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수입품을 많이 소비한 측면이 있지만, 달러 강세에 미국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영향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다. 그러나 효과를 보기도 전에 90일 유예했다. 상호관세 부과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경제도 부메랑을 맞은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성장률을 기존 2.7%에서 1.8%로 0.9%포인트 낮췄고,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이달 초 3.85%에서 현재 4.4%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국,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의 보복관세 반발도 거세다.
무역적자 해소 카드, 관세보다 환율이 더 파괴력↑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압박 카드가 환율이다. 상호관세를 부과했을 때 상대국이 자국통화를 절하하면 관세가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관세 10%를 부과할 때 원·달러 환율이 10% 절하되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변동을 느끼기 어렵다. 따라서 달러 가치를 낮춰야(교역국 화폐 가치 절상) 한국산 제품의 가격이 올라 사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압박은 관세 부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또 관세는 보통 철강,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적용되지만 환율은 모든 수출·수입 물품에 적용돼 파급력이 더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관세는 부담 주체가 수입국(미국)의 수입업자이며, 관세가 올라가면 그만큼 자국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면서 "환율의 경우 부담 주체는 수출국(한국)이며 환율 약세에 따른 보복 가능성도 없어 미국 입장에선 무역적자를 줄이기엔 효과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상대국 화폐가치를 높여 무역적자를 성공적으로 줄인 경험도 있다. 당시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자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년간 엔화와 마르크화는 달러화 대비 각각 65.7%, 57% 절상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산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엔화 등 풍부한 외화 자금이 미국에 들어와 부동산 시장 등이 활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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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관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2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 특파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교역국들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해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올리고 있다'고 인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감안하면, 이번 한미 재무·통상장관의 2+2 한미협의에서 외환시장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적잖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우리 협상단에 환율 관련 의제를 보내온 건 없다"며 "재무장관 면담 시 외환시장 논의가 있을 때 지원을 하고자 외화자금과장이 출장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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