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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1회 하던 심리를 이틀 간격으로…대법 ‘이재명 속도전’

동아일보 김자현 기자,손준영 기자,김태언 기자,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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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선고 직후부터 사건 검토…대선 전 결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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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에 나선 이재명 예비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오마이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오마이TV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4.23. 국회사진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지 이틀 만에 추가 속행기일을 지정했다. 사흘 사이에 심리를 두 번 열 정도로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자 더불어민주당은 “법리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이 6월 3일 조기 대통령 선거 이전에 무죄 결론을 확정하면 이 전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덜고 대선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면 이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직접 판결(파기자판)해 벌금 100만 원 이상을 확정하면 이 전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 전합 회부 3일새 2회 심리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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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오는 24일 전원합의체 속행기일 여는 가운데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됐으며, 노태악 대법관은 선관위원장 직무와의 이해충돌 우려로 회피 신청했다.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25.04.23. 서울=뉴시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4일 이 전 대표 사건의 전합 속행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날 이 사건을 소부에 배당했다가 곧바로 전합에 회부하고 오후 2시 첫 심리를 진행한 데 이어, 이틀 뒤 두 번째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합에 회부한 직후 3일 동안 2차례의 심리기일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법조계 평가가 나온다. 심리 기일 지정에 관한 제한 규정은 없지만 보통은 매달 한 번 심리를 열어왔기 때문이다. 대법 재판연구관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일반 사건보다 빠르게 처리하는 선거법 사건임을 고려해도 일반적으로 2, 3개월 가량 걸릴 과정을 이틀만에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례적 속도전의 배경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판 지연 해소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이 그동안 이 문제를 지적하며 공직선거법 강행규정 ‘6·3·3’(1심 6개월, 항소심과 상고심은 각각 3개월 안에 종료)을 강조해왔다. 게다가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판결인만큼 전합 판단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조속한 사건 심리를 위해 지난달 26일 2심 선고 직후부터 재판연구관들을 통해 판결문 및 쟁점분석 등 이 전 대표 사건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같은 속도전이 가능한 건 2심 판결 직후부터 사전 검토를 통해 이미 쟁점 등이 정리된 ‘기초 보고서’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6·3 대선 전 결론 여부 따라 李 경우의 수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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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오는 24일 전원합의체 속행기일 여는 가운데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대법관 12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됐으며, 노태악 대법관은 선관위원장 직무와의 이해충돌 우려로 회피 신청했다. 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2025.04.23. 서울=뉴시스


24일 열리는 두 번째 심리부터는 사건의 실체적 쟁점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전 대표가 2021년 방송 등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모른다고 한 발언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을 받았다고 한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해석이 옳은지, 이 발언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등을 쟁점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6월 3일 대선일을 기준으로 언제 나느냐에 따른 경우에 수도 나뉜다. 대선 이전에 무죄가 확정된다면 이 전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다소 덜고 대선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대선 이전에 대법원이 2심 무죄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이 전 대표의 지지율과 여론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당선되더라도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이 다시 재상고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되긴 시간적으로 어렵지만, 이 경우 이 전 대표는 향후 ‘대통령에 적합치 않은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 대선까지 대법원이 선고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당선된다면, 불소추 특권을 가진 재임 중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계속 심리할 수 있을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전합 회부를 염두에 두고 소부 심리를 형식적으로 지나친 것은 그간 목격하지 못한 관행이며 예외적인 패턴”이라며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특별히 다르게 취급하는 것도 정치·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대법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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