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산플래넘 2025\'에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국이 미국과 관세협상을 시작했지만, 차기 한국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타결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 참석한 빅터 차 석좌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협상을 선택했지만, 한국이 무엇을 받아낼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한국 조기 대선 이전 타결은 힘들다”며 “협상의 디테일이 매우 복잡한 데다 러트닉(상무장관), 벤센트(재무장관), 그리어(미국 USTR 대표)는 한국을 비롯해 30여개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관세 유예 끝나는 7월9일 이전에 협상을 끝내야 하는데 한국 새 정부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 (탄핵) 판결 이전까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동맹은 ‘조용한 위기’에 빠져 있었고 간과되고 있었다”면서 “헌재 판결 이후 미국이 한국 정부와 다시 소통하고, 협상을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사인”이라면서도 “타결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고, 트럼프가 10% 보편관세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자동차와 철강 관세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빅터 차 석좌는 안보 문제도 한국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하는데, 전략적으로는 예측가능하다”면서 “한국의 대미 무역 660억달러 흑자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주한미군 철수를 35년간 이야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한미관계에서 이 목표를 반드시 해결하려 할 테지만 그 시기와 전술(방법)은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지금은 관세와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에 분담금,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대만과 관련해 미군을 인도태평야지역에서 재배치하려 할 것이고, 한국과는 ‘전략적 유연성’(주한미군을 한반도 밖의 대만 문제 등에서도 활용하겠다는 것)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므로 차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는 이례적인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시작전권 이양이나 주한미군 방위비협정 문제가 나쁘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빅터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재개하려 하고 한국 정부보다 김정은과 더 대화하고 싶어한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또는 북미중, 북미러의 3자회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는 계속 북한을 ‘핵국가’로 지칭하고 있는데, 비핵화를 미국 정책의 즉각적 목표로 두지 않는다는 의미”라면서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도 북핵 문제는 계속 남게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25\'에서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아산플래넘’에 참석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속에 한미동맹의 미래와 핵무장론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내놨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은 한국 내 ‘전술 핵 재배치’와 함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설립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더 강한 핵 억제 보장이 필요한 동시에 집단안전보장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무 부장관이었던 커트 캠벨은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문을 표하는 동맹국들이 점차 생기고 있다면서도, 핵 확산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캠벨 전 부장관은 “지난 30년간 수십 개국이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선택했다”면서 “하지만 이젠 많은 나라가 미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군사 및 핵 운용에 관한 의사결정에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며 “아시아에 핵확산이 이뤄지면 역내 안정이 위협받는다”고 말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교수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나 배치가 한국 안보를 강화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은 재래식 전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 개발하거나 미국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북한을 더욱 더 코너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더라도 다른 의도치 않은 결과, 전세계 비확산 체제를 훼손하고 다른 국가들도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주도 기존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한국이 일본, 유럽,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과 함께 한중일 협력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많이 나왔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중국, 러시아, 미국이라는 주변 3강에 둘러싸인 국가로서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특히 한미일과 한중일 협력을 잘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존재하지 않고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관계 외교가 이뤄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트럼프 이후에도 앞으로 상당기간 이런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국가들과도 협력해 나가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윤영관)이 주최한 ‘아산플래넘 2025’는 ‘해방 8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축사를 한 가운데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및 전 세계은행 총재, 카렌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존 햄리 CSIS CEO,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쟈칭궈 베이징대 교수, 나가미네 야스마사 전 주한 일본 대사 등 외교 안보 전문가 50여명이 참여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