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단독]'조 단위' 홍콩 ELS 과징금, 부과기준 원점 재검토한다

머니투데이 권화순기자
원문보기
서울맑음 / 22.6 °
홍콩 ELS 현황/그래픽=김지영

홍콩 ELS 현황/그래픽=김지영



'조 단위' 과징금 부과가 예견됐던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제재에 변수가 생겼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의 과징금 부과 기준을 법 제정 4년만에 원점에서 재검토해 조만간 결론을 내기로 해서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2023년 종합검사를 받고도 2년 이상 제재가 지연된 신한은행에 대해서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소법상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을 재검토해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소법상의 과징금은 '위법 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부과하도록 돼 있다. 다만 '수입'을 무엇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상품별로 해석이 엇갈린다.

홍콩 ELS나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원금으로 볼 수 있지만 수수료를 수입으로 볼 여지도 있다. 대출상품이라면 대출원금일수도 있고, 대출이자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보험상품은 보험료냐, 판매수수료냐로 갈릴수 있다. 금소법 제정 초안에는 투자상품은 투자원금, 대출상품은 대출원금으로 표기했으나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해당 문구가 빠지고 금융위가 상품별로 정하도록 했다.

2021년 금소법 제정 이후 과징금 부과 사례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무단광고 제재가 유일하다. 당시 무단광고가 이뤄진 펀드 설정액 60억원을 과징금 부과 기준으로 정하면서 금융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원금이 기준점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 제재를 받는 과정에서 한 증권사가 투자원금이 아닌 수수료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과징금 기준 논란이 수면위로 올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소법상의 과징금을 투자원금 기준으로 본다면 다른 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준인 수수료 수익하고는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며 "기준을 달리 가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 상품간의 형평성 문제, 선례 등을 종합 고려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부과 기준을 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과징금 제재/그래픽=김다나

지난해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 과징금 제재/그래픽=김다나



당국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홍콩 ELS 재제와 신한은행 종합검사 제재도 수년째 밀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홍콩 ELS 검사 결과 및 배상기준을 발표했다. 이후 90% 이상의 자율배상이 이뤄졌지만 정작 불완전판매에 따른 은행 제재는 1년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과징금 부과 기준을 메리츠운용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경우 은행권은 1조~3조원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홍콩 ELS의 투자원금이 19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20~30%에서 불완전판매가 있다고 가정하면 '조단위'의 징벌적 과징금이 예견된다.

반면 수수료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과징금은 수백억원으로 줄 수 있다. 5대은행 기준 홍콩 ELS 수수료 수익은 약 1800억원으로 투자원금 19조원의 약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금융관련 법에서는 원금이 아닌 수수료를 수익으로 본다.

과징금 부과 기준이 정해지면 2023년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중도금대출 광고 준수 의무 위반이 적발된 신한은행 제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근 신한은행 종합검사를 시작했는데 직전 검사에 대한 제재조차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소법상의 대출 위반에 대한 과징금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서였다. 당국이 세부 기준을 정한다면 신한은행이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대출원금을 기준으로 하면 과징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반면 이자로 볼 경우 규모가 대폭 줄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법령의 경우 부당하게 얻은 수익의 환수가 목적이라면 금소법은 징벌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기준을 반드시 통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ELS의 경우 은행이 단순히 수수료 수입만 얻는 상품인 반면 대출은 은행도 일정 수준의 리스크(위험)를 안고 가기 때문에 상품별로 이런 성격까지 세세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