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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편리함, 전원 쾌적함을 고루 갖춘 은퇴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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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편리함, 전원 쾌적함을 고루 갖춘 은퇴 최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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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창원 - 외지인에 대한 포용성과 잘 갖춰진 의료 생활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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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 연구소(소장 배영ㆍ이하 ISDS)는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액시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해 각 시·군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을 찾아가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양적 질적 조사 방법을 사용해 해당 지역의 장점과 약점을 분석해, 10회에 걸쳐 매달 네번째 목요일에 게재한다.


경남행복내일센터 커뮤니티 '신중년 인생하모니'(하모니카 동아리) 회원들이 지난해 5월 열린 창원 문화축제에 참가해 야외 공연을 하고 있다. 경남행복내일센터 제공

경남행복내일센터 커뮤니티 '신중년 인생하모니'(하모니카 동아리) 회원들이 지난해 5월 열린 창원 문화축제에 참가해 야외 공연을 하고 있다. 경남행복내일센터 제공


일제강점기 1914년 창원과 분리된 마산은 조선과 일본을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무역항이었다. 당시 일자리를 찾아 호남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주하며, 마산은 자연스레 지방색이 묽어진다. 이후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마산은 일본에서 귀국한 동포와 북한서 온 피란민, 일자리를 찾아 전국 농촌을 떠난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도시로 성장한다. 이런 활발한 인구 유입은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창원이 중공업 도시로 변신하면서 지속된다. 창원에서 만난 현지 인사는 100년에 걸쳐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출신의 융화가 창원 특유의 개방적 풍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종종 나타나는 타지인에 대한 경계심이나 배타적 태도가 창원에서는 비교적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창원 주민의 개방성이 창원 번영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창원·마산·진해가 창원시로 재통합된 이후 ‘인구 유출’이 가장 큰 골칫거리로 대두됐다. 통합 이전 109만 명 수준이던 창원시 인구는 통합 이후 3년간 유지했으나,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100만 명 붕괴를 앞두고 있다. 인구가 2년 연속 100만 명 미만이면 특례시 지위가 박탈되기 때문에 현재 감소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면 2028년 ‘비수도권 유일의 특례시’ 창원의 지위는 사라진다.

재통합 자체가 인구 유출 저지를 목표로 진행됐으니, 통합이 인구 감소 원인은 아니다. 또 제조업 성장의 둔화로 인한 인구 유입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 심화로 인한 인구 유출 역시 창원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창원의 풍부한 일자리와 마산에 잘 갖춰진 생활편의 인프라, 진해의 관광 자원이 시너지를 이뤄 비수도권 메가시티로 재도약할 것이라던 기대감이 무너지는 것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볼 때도 비극이다.

창원 나이별 전출입 추이(2019~23년)

창원 나이별 전출입 추이(2019~23년)


그래도 해결책은 있다. 최근 5년간 마산의 나이별 전출입 상황을 보면 인구 유입을 늘릴 길이 보인다. 2019~23년간 창원에서는 20대 순 전출(전출과 전입 인구차)이 가장 많았으며, 30대가 뒤를 이었다. 창원은 젊은이가 떠나는 도시다. 하지만 40·50대 이후는 순 전출 규모가 줄어든다. 창원에서 만난 주민은 “창원은 도시의 편리함과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라면서도 “이런 특징이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에게는 매력이 될 수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따분함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창원이 주력해야 할 전입 대상은 20·30대가 아니라 장년층이다. 특히 소비력을 갖춘 액티브 시니어(액시세대)가 창원으로 이주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청년층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창원 특유의 개방적 문화는 외지 출신 액시세대가 창원 살기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창원시 인구정책은 대부분 청년 유입에 맞춰져 있다. 10여 년 전 서울시에서 중장년층의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는 ‘50플러스재단’ 활동이 활발할 당시에는 창원에도 유사한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현재는 40·50대 일자리 지원에 그치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액시세대가 창원에 거주하도록 유인할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상태다. 청년 지원과 액시세대 지원 간에 적정한 균형만 맞춘다면, 창원은 전국 액시세대가 살고픈 도시로 성장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개발한 ‘액티브 시니어 지표’를 통해 창원이 액시세대의 정주 여건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액티브 시니어 지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액시세대를 위한 복지제도, 정책 요소를 측정하는 ‘서비스’와 시설 및 생활 기반 요소를 보여주는 ‘인프라’ 영역으로 나눠지며, 구체적으로 ‘문화·여가’ ‘의료’ ‘주거·모빌리티’ ‘녹지환경’의 4가지 분야에 대해 각각 두 가지 요소를 측정해 총 8가지 지표로 나눠진다.


창원 인프라 서비스 요소

창원 인프라 서비스 요소


창원은 모든 분야의 서비스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남 핵심 도시답게 창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풍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원에 경남의 핵심 기관이 집중되면서 다양한 제도가 우선 도입되고 확대되는 사례도 많았다. 인프라 영역에서도 네 가지 분야 중 ‘의료’ ‘주거·모빌리티’ ‘녹지환경’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문화·여가’에서는 전국 평균에 약간 못 미쳤다.

창원의 의료 인프라는 3차 의료기관인 삼성창원병원을 비롯해 의사·의료 인력, 의료기관 병상수에서 모두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특히 장애 아동 전문 재활치료를 위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추진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대중교통 인프라 역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버스 정류장도 많고, 특히 택시 면허는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버스 노선 수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창원 분야별 인프라 요소

창원 분야별 인프라 요소


계획도시로 건설된 창원은 녹지 인프라 점수 역시 전국 평균보다 30%가량 우수하다. 하지만 도시 내 녹지공간들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생활권 내에서 접근이 쉬운 공원 개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상과 녹지를 연결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문화·여가’ 분야의 인프라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령인구를 위한 노인 여가복지시설, 평생교육기관, 취업지원 교육기관은 전국 평균과 비슷했다. 하지만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과 골프장, 테니스장, 축구장 등의 운동 시설을 인구 비례로 비교할 경우 전국 평균보다 부족했다. 창원시가 2023년 조사한 시민인식조사에서도 창원을 떠나 다른 지역에 살고 싶은 이유 중 문화·여가 시설 부족이 2위를 차지했다. 이후 창원시립미술관, 창원박물관, 진해문화센터와 도서관 등 문화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또 중공업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창원국가산업단지가 문화선도산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일터와 문화·여유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산단으로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포스텍 배영 교수는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을 통해 도시 행정의 효율성은 크게 증진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을 위해 권역별 특성에 기반한 전략도 필요하다. 마산의 고유한 문화적 토양이나 전통시장 등은 타 지역 은퇴자들의 유입을 끌어 낼 만큼 충분한 매력을 품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 정리: 전종석(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박사과정) 엄희선(포스텍 소셜데이터사이언스전공 석사과정)
액티브 시니어란
198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은 ‘50~75세로 경력과 경제력 및 왕성한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정의하면서 ‘어제의 노인과 다른 오늘의 노인’이라고 범주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액티브 시니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 생활에 접어들게 된다. 대체로 1964~74년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을 ‘2차 베이비 붐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955~63년생인 ‘1차 베이비 붐 세대’와 비교하면 고도성장기에 성장한 덕에 고학력과 노후 준비가 잘된 이들의 비중이 높다. 액티브 시니어의 표준화된 한국어 번역이 아직 없어, 기획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쓰되 ‘액시세대’로 줄여 부른다.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