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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밤’ 임대희 감독 “심각하기만 한 오컬트 영화, 사실 보기 힘들죠”[인터뷰]

헤럴드경제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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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봉 마동석표 ‘거룩한밤:데몬헌터스’
오컬트 영화 비틀기 시도…곳곳에 유머 넣어
‘부마자’ 정지소 연기에 극찬 “눈물 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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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밤: 데몬헌터스’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임대희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영적인 존재에 물리력을 가할 수 있는 것이 ‘바우’(마동석 분)의 능력이죠. 악마는 의식적인 존재라고 하거든요. 근데 바우가 ‘빵’ 치면 악마가 ‘슉’ 날라가요.”

임대희 감독이 장편 상업영화 입봉작으로 연출한 영화 ‘거룩한 밤:데몬헌터스’를 두고 ‘장르가 마동석’이라는 반응은 자연스럽다. 마동석 세계관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빗대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부르는데, ‘범죄도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이번 ‘거룩한 밤’도 같은 계보로 보인다.

‘거룩한 밤’ 개봉을 앞두고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대희 감독은 “꼭 (스크린을)독점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작품들이 좋은 게 많아서 관객분들이 선택지가 넓어지니 더 극장을 많이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룩한 밤’은 오는 30일 한국 영화를 비롯해 진짜 MCU인 ‘썬더볼츠*’ 등 5편의 영화와 함께 개봉해 정면 대결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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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의 전매특허 통쾌한 액션이 가미된 오컬트 ‘거룩한 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인 감독으로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임 감독은 “며칠간 조마조마해서 잠도 잘 못 자는 중”이라며 “최근 마동석 배우가 먼저 ‘이번 작품은 (범죄도시와 달리)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해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마동석이 지난 21일 언론 시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범죄도시 시리즈가 매번 봄에 개봉했는데 늘 사랑을 받았다. 계속 1000만 스코어를 한 것에 대해서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지금 이 영화(거룩한 밤)는 잘 모르겠다. 이유는 처음 시도해 보는 장르이고,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도 감이 안 잡힌다”고 말한 바 있다. 주연이자 제작자인 그가 먼저 영화의 흥행 여부에 대해 아리송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임 감독은 “영화가 마니아적인 게 있는데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하지만 (발언 덕분에) 나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오컬트에 대한 임 감독의 탐구가 시작된 시점은 무려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는 “2002년 정도부터 굿,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샤머니즘, 종교적 부분에 대해서 뻗어나갔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이어 “독립영화 시절에 오컬트 장르로 작품을 많이 했는데 상업영화에서는 어떻게 시도하면 좋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다행히 마동석 배우가 자율성을 열어줘 그간 오컬트 장르 상업영화의 여러 가지를 다소 비틀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룩한 밤’은 기존 한국 오컬트 장르 영화처럼 진중한 분위기 일변도로 극이 흐르기 보다 곳곳에 가벼운 언어유희 등 유머를 넣어 변화를 꾀했다.

“당연히 어떤 장면은 무겁고 진중하게 찍었지만, 계속 그렇게만 가면 90여 분 동안 관객들이 너무 힘들 수가 있거든요. 바우와 샤론(서현), 김군(이다윗) 등 거룩한 밤 팀이 서로 주고받는 대사 속에서 유머를 넣어 조금씩 분위기를 환기하려고 했죠. 그리고 구마 과정도 ‘위장 단계’, ‘목소리 단계’ 등 지금 어떤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주려고 했어요. 오컬트 마니아가 아닌 보통 관객들을 위해 조금 더 친절하게 다가가려고 한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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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구마자 캐릭터 ‘샤론’을 탄생시킨 배우 서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신부나 수녀와 같이 가톨릭 성직자가 아닌 특이한 인물들을 구마자(마귀를 쫓아내는 사람)로 설정한 것이 차별점이다. 주인공 ‘바우’는 먼치킨 캐릭터이면서 다크 히어로. 주먹 한 방이면 그에게 대적하는 모든 악의 세력이 나가떨어진다. 관객에게 쾌감을 주는 통쾌한 마동석 표 액션을 그대로 답습했다. 바우가 주변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히피스러운 매력의 여성 구마사제 ‘샤론’이 희생자에게 다가가 몸에서 악령을 추방한다. 그 모든 과정을 ‘김군’(또는 김실장)이 캠코더로 담는다.

임 감독은 “평소에는 마동석 배우를 ‘형’이라고 부른다”며 “형이 제작자이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하나의 아이콘이기도 하니 ‘거룩한 밤’에서도 큰 변화를 두지 말고, 기존 ‘마동석’ 이미지를 끌고 가자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우에게는 어린 시절 불우한 서사도 있고 계속해서 죄책감을 고통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연기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서 바우의 눈 쪽이라든지 얼굴 클로즈업을 많이 잡았어요. 제가 원래 클로즈업을 조금 좋아하는 편이에요.”


오컬트 영화에서 구마자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 부마자가 있다. 구마자가 강력할수록 그에 따라 부마자도 사악함이 더해진다. ‘거룩한 밤’에서 ‘은서’를 연기한 정지소는 부마자 연기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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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밤: 데몬헌터스’는 부마자 ‘은서’를 연기한 배우 정지소를 제외하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편집본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저 힘든 연기를 저 어린 배우가, 하는 마음에서요. 혹여나 기존에 나온 부마자 연기를 똑같이 주문하게 될 것 같아서 제가 사실 크게 디렉팅을 한 게 없었거든요. 믿고 맡겼더니 정말 자기의 에너지를 잘 표현해서 은서를 연기해 줬어요. 악령에 씐 연기를 하면서 목소리도 여러 번 바뀌는데 지소 배우가 그걸 다 자기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연기한 거예요. 믹싱한 것은 약간의 하울링 사운드밖에 없었죠.”

은서는 악마화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주면서 뜻을 알 수 없는 요상한 언어를 내뱉는다. 구마자 샤론도 마찬가지로 이질적인 주문을 외우며 의식을 거행한다.

임 감독은 “4대 문명 발상지와 연관 있는 언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를 참고해 만들었다”면서 “힌디어, 암하라어, 몽골어, 이그보어, 그리고 고대 한국어까지 언어학 교수님들한테 고증받아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컬트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라틴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아마 중간에 일부 어떤 식으로 한두 마디가 섞여 들어갔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쓰지 않았다”며 “기독교의 언어이자 성경에도 쓰이는 라틴어를 악마의 언어로 쓰면 그건 너무 무례하다”고 이유를 말했다.

어느덧 오컬트 영화가 장르영화의 주류로 급부상하면서 관객들의 취향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자연스레 근본적인 의심도 제기된다. 예컨대 ‘왜 구마자는 부마자에 깃든 악령의 이름을 꼭 알아내야만 퇴치할 수 있는 것인가’ 같은 의심이다. ‘거룩한 밤’에서도 구마 의식 내내 샤론이 부마자에 깃든 악령을 향해 ‘네 이름을 말하라!’고 외치는데,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이름이 드러나야 하느님의 권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오컬트 마니아다운 대답을 내놓았다.

“저도 엑소시즘 영화를 적어도 100개 이상 본 사람으로서 도대체 왜 꼭 이름을 알아내야 싶더라고요. 어디서 정확히 답이 나온 것은 없지만, 제가 정리한 답은 태초에 하느님이 아담에게 각 사물에 대해 이름을 지으라고 한 것과 연관이 있어요. 이름이 생기면 거기에 하느님의 권능이 들어가는 거죠. 악마의 이름이 밝혀지면 신의 도움을 받아 악마를 물리칠 수 있는 거예요. 이것은 아무래도 비틀 수가 없는 영역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