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성한용 ㅣ정치부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인 2013년 4월 18일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정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10월 17일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체포 영장 청구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고검에 대한 국정감사를 했다. 임정혁 서울고검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석열 지청장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심했다고 증언했다. 조영곤 지검장이 ‘격노’했다고 증언했다. 조영곤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야당이 이것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을 하겠느냐? 정 하려고 그러면 내가 사표 내면 해라. 그리고 우리 이 국정원 사건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느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아, 검사장님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증언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과 윤석열 지청장이 이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저는 비법조인으로서 오늘 국정감사장에 앉아 있으면서 이런 우리 대한민국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 여기 계시는 검사들 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무슨 꼴! 우선 윤석열 지청장 한번 일어서 보세요. 그 자리에서 일어서 보세요, 마이크 들고. 앞에 불러내기도 싫어요.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윤석열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윤석열 검사는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그 탄력으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대통령까지 올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부하’들에게는 사람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요구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이준석을 쫓아냈다. 2023년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기현 대표를 만들기 위해 나경원 후보를 주저앉혔다. 안철수 후보를 찍어 눌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라는 역린을 건드리자 쫓아내려고 했다. 2024년 7·23 전당대회에서는 한동훈 대표 당선을 막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 뒤 12·3 비상계엄은 어쩌면 민주당이 아니라 한동훈 대표 때문에 결행한 것이리라.
지난 4월 9일 대선 출마를 위해 찾아온 이철우 경북지사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결국 자신이 만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새빨간 거짓말이었거나 사기였다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 없다.
4월 2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내란 사건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수도경비사령부 1경비단장 조성현 대령은 이렇게 증언했다.
“우리 군은 어떤 명령이든 이행하는 무지성 집단이 아니다. 군에 명령은 굉장히 중요하고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아주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반드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방위하는 육군으로 귀결돼야 한다. 그 지시가 그랬나?”
2월21일 국회 내란특위 4차 청문회에 나왔던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국회 누리집 갈무리 |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김형기 중령은 이렇게 증언했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는 2003년에 이등병으로 입대했습니다. 2004년도에 부사관으로 임관했고, 2006년에 장교가 됐습니다. 올해 나이가 43입니다. 23년 군 생활하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직에 충성해왔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항명이라고 합니다. 저희 조직은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명이 맞습니다. 하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고유한 임무를 부여했을 때에만 국한됩니다.
지난 23년 동안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4일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습니까?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주십시오. 그럼 저희 부하들은 항명죄도 내란죄도 아닙니다. 부하들은 아무 잘못 없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부하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군이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끔, 특히 제 뒤에 앉아계신 분들께서 필요하다면 날카롭게 질책과 비난을 통해 우리 군을 감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도 버릴 내용이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제복을 입은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켰다. 제복을 입은 시민이 나라를 구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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