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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USA'에 놀랐나… 파월 해임설 일축하고 대중 관세 인하 시사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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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상 SKT대표 "임팩트가 너무 커 위약금 면제 쉽지 않다"
美주식·채권·달러 트리플 약세 뒤 전향
뉴욕증시 상승세… 아시아증시도 반색
“재무장관 베선트가 시장 달래기 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 선서를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 선서를 듣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상대로 물러날 것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임 추진설을 일축하며 한발 물러섰다. 높이기만 해 오던 대(對)중국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채권·달러를 모두 팔아 치우는 ‘셀(Sell) USA’ 흐름이 강해진 뒤 나타난 전향이다.

갑작스런 유화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를 해고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145%에 달하는 대중 관세에 대해 “매우 높다”고 인정하며 0%까지는 아니겠지만 상당 폭 내려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중 협상 상황과 관련해서도 “잘하고 있다”며 결과를 낙관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에 대해 23일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있지만, 이를 위해선 위협과 협박을 중단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유화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관세 정책과 연준 흔들기가 겹치며 미국의 주가, 국채 가격, 달러화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

일단 중국이 만만치 않다. 올 1월 취임 뒤 트럼프 대통령이 쌓아 올린 대중 관세율이 145%에 이르는데도 이에 버금가는 보복 관세(125%)로 맞불을 놓으며 버티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 미국이 입는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지난주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내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파월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거세졌다.

전날에는 파월 의장을 “메이저 루저(major loser·큰 패배자)”나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늘 너무 늦는 사람)”로 부르며 인신공격도 가했다. 그러자 당일 달러화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 하락했다. 미국 자산의 펀더멘털과 미국의 경제 우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일탈 막는 가드레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문답을 듣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2일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문답을 듣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소방수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로 인한 중국과의 교착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미중 합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주요 지수가 올 들어 처음으로 모두 2.5% 넘게 급등했다.

정규장 마감 뒤 나온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미국 증시 선물 가격과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렸고, 안전자산 수요로 고공 행진을 이어 가던 금값을 떨어뜨렸다. 미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2%대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호주 외환 거래 전문기업 페퍼스톤그룹의 크리스 웨스턴은 블룸버그에 “전날 강력했던 ‘셀 아메리카’ 흐름이 일부 되돌려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카슨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수석시장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워싱턴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무역 전선에서 긍정적 소식이 추가로 들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회와 무마 노력은 연준 독립성과 시장 안도감을 중시하는 베선트 장관이 득세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자산운용사 SLC의 덱 멀라키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대통령 주변에 가드레일(안전장치)이 있다. 베선트의 손길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