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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열린 성가족 교회 추모 미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전시돼있다. 로이터/가자 연합뉴스 |
이스라엘 정부가 정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애도를 표하는 게시물을 공유한 뒤 삭제했다.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매체는 교황이 생전 가자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X)는 교황이 선종한 21일 “평화의 주님, 프란치스코 교황님, 그에 대한 기억이 축복이 되게 하소서”라는 글을 적었다가 삭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이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는 사진도 함께 올렸으나 함께 삭제됐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해 교황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던 점을 들며,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실수로 공개되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이 가자 주민에 대한 집단학살에 해당하는 지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이스라엘에서 1200여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여 가자지구에서 전쟁 발발 뒤 5만명 이상이 숨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하마스 대원이 아닌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에도 교황은 가자지구의 참상을 두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교황 선종 이후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이삭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깊은 신앙과 무한한 연민을 지닌 사람이라고 추모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지만 상징적 존재이고 실질적 권한은 총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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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6일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 유대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통곡의 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도하고 있다. 예루살렘/AFP 연합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한 뒤 한 달여만에 퇴원한 뒤, 선종하기 이틀 전인 19일까지 가자지구 성당 공동체와 화상 통화를 이어갔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자 성당 신부로 2019년부터 봉사하고 있는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병환 중인 교황님의 이날 화상 통화는 짧았다고 했다.
교황은 가자 전쟁 발발 직후인 2023년 10월 이후 18개월 동안 가자시에 있는 성가족 가톨릭 교회와 거의 매일 통화를 해왔다. 저녁 8시는 사실상 교황과의 만남 시간이었다.
신자라고 밝힌 조지 앤톤은 가디언에 “화면 속에서 교황님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하루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 가족들은 잘 있는지를 교황은 물었다. 교황은 가자지구에 있는 우리를 아껴줬다. 마치 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신자 바이아 아야드는 “교황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돌보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아직도 우리를 위해 일어선 사람들이 있고, 가자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가자 주민인 무슬림과 기독교인 등 약 500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교황은 2014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이 벽은 로마제국 시대 성전이 파괴된 뒤 남은 유일한 축대로 유대인들이 성전산 밖에서 기도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긴다.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서안지구에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나누는 벽에서도 기도했다.
20일 부활절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한 교황의 마지막 공개 연설은 가자지구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책임자들을 비난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촉구했다. 인질 석방과 굶주린 사람들을 도와달라 간청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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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5일(현지시각)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의 분리장벽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베들레헴/AP 연합뉴스 |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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