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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군의관 아닌 이병으로…문화 바뀌어” 이국종이 말하는 군 의료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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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뉴스1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뉴스1


최근 군의관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을 떠나라”고 작심 발언했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군 의료 체계의 혁신 방향에 관해 “국가 전체 의료 자원의 틀에서 봐야 한다”며 민‧군 협력을 강조했다.

21일 한국국방연구원(KIDA)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이 병원장은 군 의료 체계의 현실과 대한민국 전체 의료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의사가 되었으면 당연히 군인 장교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희 부대만 해도 의사 선생님들이 이병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의사 업무를 시키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까다로운 법규나 규정들 때문에 병사들에게는 많은 책임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또한 “병사들도 ‘의사 고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해도 싫어한다. 빨리 복무 마치고 나갈 테니까 단순 업무나 하겠다고 한다”며 “지금은 병사들의 근무 시간이나 휴식에 대한 보장들이 장교보다 많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군의관으로 오려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의료 체계 발전을 위해 민·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유튜브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한국국방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의료 체계 발전을 위해 민·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유튜브


이 병원장은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예비역 제도’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 저를 가르친 교수님은 4번이나 파병됐다”며 “항공모함뿐 아니라 전방작전기지까지 헬기 타고 이동해서 다친 군인들을 살려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 의료’라고 하면 다른 것 같지만, 일반인이나 군인 치료하는 프로토콜이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며 “군 의료의 고도화는 민간 의료와의 연계로 가능하다. 민간의 잘하는 부분들을 활용하면서 점점 경계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 병원장은 “한국은 지금 인구 소멸 위기다. 병사뿐 아니라 장교 자원, 조종사 자원, 의사 자원, 간호사 자원이 다 없어지는 것”이라며 “자원이 줄어드는데 효율적으로 운영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군 의료와 민간 의료로 갈라지고, 정부 각 부처마다 병원 따로 만들면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고(高)기동성을 확보해 어디로든 달려가는 군의 특별 그룹을 제외하고는 국가 전체 의료 자원의 틀로 봐야지, 군 의료만 따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의료라는 자산을 냉정하게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은 "젊은 친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느낌이 좋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유튜브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은 "젊은 친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느낌이 좋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유튜브


이 병원장은 ‘청년 국군 장병을 위해 해줄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젊은 세대들에게 감히 무슨 얘기를 드린다기보다는, 제가 많이 배운다”고 답했다.

후배들과 직접 공문을 쓰는 등 실질적으로 많이 부딪힌다는 이 병원장은 “제한된다는 얘기에 기죽지 말라고 한다”며 “다른 방법을 자꾸 찾고, 도전하다 보면 20번에 19번 실패하더라도 나중에는 성공했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저를 가르쳤던 스승님들이 살아왔던 방식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느낌이 좋다”며 “젊은 친구들이 몇 달만 있어도 확 성장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저는 군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병원장은 지난 14일쯤 충북 괴산의 한 훈련소에서 열린 의무사관 후보생 대상 강연에서 “한평생 외상외과에서 일했는데, 바뀌는 건 하나도 없더라”며 현 의료 체계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강연 참석자가 발언 일부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이 병원장은 국방부에 연락해 ‘군의관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지만 결과적으로 죄송하다’는 취지로 말했고, 국방부는 이번 일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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