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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R&D '국가적 리더십' 필요…민감국가 총력 다해 해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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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재현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

머니투데이

류재현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 (미국 아이다호주립대 교수) /사진=류재현



"미국 R&D(연구·개발) 위기론이 나오지만,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R&D 투자국입니다. 전략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공고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려면 과학기술계의 힘만으론 부족합니다.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적 리더십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22일 류재현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이하 협회)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협회는 한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1971년 창설됐다. 미국 전역 약 70개 지부를 두고 재미 한인과학기술인 약 3만명이 활동한다.

올해부터 협회를 이끄는 류 회장은 아이다호주립대 토양수자원시스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지 햇수로 26년 차다.

최근 미국 과학기술계 이슈는 단연 미국 R&D 예산 대폭 삭감이다. R&D 예산이 축소되면 먼저 연구 과제가 줄어든다. 뒤따라 연구기관 및 대학의 일자리도 줄어든다. 이같은 불안한 상황은 특히 외국인 신분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우리 연구자에게도 위협이 된다.

류 회장은 "(외국인처럼)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이 예산 삭감으로 인한 피해를 먼저 입을 수 있다. 대개 일자리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대학들은 R&D 삭감 여파를 대비해 연방 정부로부터 받은 과제를 개시하지 않고 대기하는 등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조르고 있다. 그가 몸담은 아이다호주립대도 마찬가지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적어도 반년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한다.

한인 과학기술계에는 민감국가 문제가 더해졌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바이든 정부 때인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SLC)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유예하거나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소통한다고 했으나 결국 15일 발효됐다. 일각에서는 민감국가에 지정돼도 양국 과학기술 협력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류 회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총력을 다해 해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민감국가라는 타이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한국의 미국 내 활동을 가로막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문제 상황이 나타나지 않아도 앞으로 연구자 간 교류 차원을 넘어 한미 간 기술 수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R&D 투자는 여전히 세계 최대·최고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전략기술 분야에서 공고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의 투자 규모를 따라잡을 수 없다면, 미국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 이들과의 협업 구조를 빠르게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한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전략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류 회장은 "AI(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강화하는 건 과학기술계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범부처를 아우르는 국가적 리더십이 과학기술 교류에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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