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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날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2025.4.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나르시시즘'(지나친 자기애) '마키아벨리즘'(목표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을 이른바 '어둠의 3요소'라고 한다. 이런 성향이 강한 정치인일수록 재선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리앤 텐 브린케 교수의 연구 결과다. 반면 이들의 법안 통과율은 '어둠의 3요소' 성향이 약한 의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정치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클라스의 2022년 저서 '권력의 심리학'에 실린 내용이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클라스는 "어둠의 3요소를 가진 이들은 사람들을 설득해 권력을 얻어내기는 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어둠의 3요소' 성향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저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전반적으로 입법보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더 집중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제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5월30일부터 최근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17일까지 처리된 법률안은 총 1796건. 21대 국회가 같은 기간 처리한 법률안 2045건에 비해 12% 가량 적은 숫자다.
정부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법안들을 빼면 22대 국회의 입법 성과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줄탄핵과 예산 삭감,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까지. 현재 국회가 주어진 권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보다 권력을 쟁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평가를 과연 부정할 수 있을까.
이번 조기 대선판에서도 뇌리에 남는 건 '정책 경쟁'이 아닌 '네거티브'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은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에 돌입했지만 향후 5년간 나라를 운영할 비전과 정책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컨벤션 효과를 노린 국민의힘 경선은 비상계엄과 탄핵 찬반을 둘러싼 후보 간의 공방만 부각됐다. 후보들이 의기투합한 건 상대 당 유력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을 향해 "거짓말"이라며 화살을 날리는 것 정도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모두 "이재명을 이길 사람은 바로 나"라며 '반(反) 이재명'을 선전 구호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과 소속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내란동조' 프레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을 근거로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를 낼 자격이 없다" "내란 행위 동조에 대해 사과하라"는 식의 정치적 공세를 쏟아낸다.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국회의 법안 심사가 멈춘 상황에서 제2, 제3의 내란방지법이 발의되는 것도 내란동조 공세의 일환이다.
국민의힘은 상대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에,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 여론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비록 갑작스럽게 열리게 된 조기 대선이지만 정교한 공약을 앞세운 정책 대결 대신 네거티브 공세만 횡행하는 게 국가와 국민에 과연 도움이 될까.
정치는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행사하는 행위다.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이 정당해야 하는 만큼 획득하는 과정 역시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권력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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