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버텼는데…'1만원' 최저임금에 폐업공제금 '역대 최대'
폐업 원인 절반은 '인건비'…"업종별 차등적용, 최후의 보루"
[편집자주] 단골 삼았던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람 북적이는 번화가인데도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가게가 몇 달 간격으로 교체된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이 10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경기침체, 내수부진 탓을 하자니 '역대 최대' 규모가 걸린다. 문 닫는 소상공인의 이면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제도가 있었다. <뉴스1>이 심층진단했다.
"모든 게 올랐어요. 임대료도, 재룟값도, 그리고 인건비도. 그런데 매출은 코로나 때보다 더 안 나와요. 결국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가족까지 동원하는데 장사할수록 몸만 상하고 손해만 늘어갑니다. 올해까지만 하고 접어야 할 것 같아요."
(서울=뉴스1) 장시온 김형준 기자 =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는 A 씨(37, 여)는 요즘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오히려 더 줄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2000만 원이 넘는 월 매출을 냈을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1500만 원 정도다.
A 씨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갑자기 확 줄었다"며 "내수 침체가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고 했다. 그동안 재룟값 비중은 치솟고 가게 월세는 150만 원에서 580만 원이 됐다. A 씨는 2022년에 가게를 확장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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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모든 게 올랐어요. 임대료도, 재룟값도, 그리고 인건비도. 그런데 매출은 코로나 때보다 더 안 나와요. 결국 인건비라도 줄여보려고 가족까지 동원하는데 장사할수록 몸만 상하고 손해만 늘어갑니다. 올해까지만 하고 접어야 할 것 같아요."
(서울=뉴스1) 장시온 김형준 기자 = 서울 강남에서 음식점을 하는 A 씨(37, 여)는 요즘 코로나 때보다 매출이 오히려 더 줄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2000만 원이 넘는 월 매출을 냈을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1500만 원 정도다.
A 씨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갑자기 확 줄었다"며 "내수 침체가 정말 피부로 와닿았다"고 했다. 그동안 재룟값 비중은 치솟고 가게 월세는 150만 원에서 580만 원이 됐다. A 씨는 2022년에 가게를 확장 이전했다.
매출을 반등시키려면 직원을 써서 손님을 끌어모아야 한다. 4년 전처럼 직원 5명을 쓴다고 했을 때 나가는 인건비만 월 800만 원이다. 매출의 절반을 넘는다. A 씨는 '나 홀로 사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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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상가에 폐업한 식당 내부가 텅 비어있다. 2024.9.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1만 원' 최저임금이 절벽 끝에 서 있는 자영업자들을 밀어내고 있다. 폐업 공제금을 받은 소상공인 수는 올해 들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이들의 절반은 '인건비 상승' 때문에 문을 닫았다.
이들은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 소상공인의 주머닛돈이 아닌 정부가 책임지고 정부 돈으로 하라"고 입을 모았다.
폐업자 수 '역대 최대'…매출 주는데 '인건비' 부담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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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영등포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B 씨(63, 여)는 요즘 16년 이어온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깊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직원 6명에 시급 9000원씩 쥐여주며 월 460만 원의 인건비를 썼다. 장사가 잘될 때는 하루에 매출 300만 원을 올렸을 만큼 인기 가게였다.
문제는 인건비다. 매출은 코로나 이전보다 소폭 줄었는데 인건비는 월 460만 원에서 600만 원이 됐다. 매장이 커서 최저임금보다 2000원씩 더 얹어줘야만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현 시급 기준으로 1만 2000원을 줘야 한다. 견디다 못한 B 씨는 직원 1명을 줄였다. 그럼에도 오히려 인건비 지출은 150만 원 늘었다.
그동안 월세는 300만 원 올랐고 매출 대비 재룟값 비중은 40%를 넘겼다. 조 씨는 "장사를 계속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분"이라면서 "16년 동안 장사를 했고 코로나도 버텨냈는데, 이제 그만 접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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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최저임금 인상은 매출 위축과 물가 인상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폐업에 '트리거'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최저임금은 9860원이었고, 올해는 1만 30원으로 1만 원을 넘겼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최저임금이 16.4% 급증한 후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1년 만에 5%포인트(p) 올라 40%를 넘어섰다. 직원 1인당 인건비는 한달에 72만 원 껑충 뛰었다.
폐업공제금 지급건수는 지난해 12만 건을 넘겨 역대 최대를 찍었다. 상당수가 '인건비'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공제금을 받은 소상공인의 86.7%는 수익성 악화를 원인으로 꼽았는데, 이 중 49.4%가 '인건비 상승' 때문이었다.
폐업하지 않은 소상공인 중에서도 '나 홀로 사장님'이 많아졌다. 임대료나 재료비는 마음대로 줄일 수 없지만, 인건비는 직원을 줄이면 되기 때문이다. 1인 자영업자는 2018년 이후 6년 동안 계속 늘어 지난해 400만 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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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 추이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
손해 보거나 폐업하거나…양자택일 내몰린다
소상공인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하거나 혹은 폐업하거나, 양자택일에 내몰리고 있다.
홍대에서 20년째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김태진 씨(67)는 "최저임금 인상과 매출 감소가 겹치면서 직원 3명을 해고하고 아내와 둘이 가게를 보는 상황"이라며 "가족의 도움을 받을 여건이 안 되는 업장은 이미 대부분 폐업했다"고 했다.
은평구에서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C 씨(52, 여)는 직원 3명을 쓰고 있는데, 이들에게 주는 월급보다 정작 본인이 가져가는 몫이 더 적어졌다.
C 씨는 "매장이 커서 직원 없이는 장사를 못한다"며 "영세한 업장이 아닌데도 이 정도면 다른 곳은 직원을 사실상 못 쓸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게 아니라 여건을 고려해달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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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소상공인 업계도 강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나라 전체를 비틀고 있다"며 "올해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송 회장은 "지금의 최저임금은 머릿수가 많은 근로자들의 눈치만 본 결과"라며 "결국 소상공인도 근로자의 가족이고 친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임금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면 정부가 돈을 들여 책임질 문제"라며 "왜 소상공인의 주머닛돈으로 지원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일본은 업종별 차등적용…한국은 수년째 '공전'
해외에서는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논의가 몇 년째 공전 중이다.
미국 고용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는 최저임금을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정했다. 51인 이상 기업은 16.7달러, 11인~40인 기업은 15달러, 10인 이하 소기업은 14.5달러만 줘도 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업종별로 구분했다. 1차산업 근로자는 아예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주류 서빙이나 재택근로자 등을 특례대상으로 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의 최저임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의 지난해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1055엔이다.
다만 전국이 획일적인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는 지역별 차등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소매업 등은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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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2026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4.2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전문가들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위한 실태조사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무 강도가 높은 업종은 이미 시장 원리에 따라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 수준이 형성돼 있다"며 "문제는 5인 미만 업종이 많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에 지금의 1만 30원이 감당 불가한 수준이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업종별 평균 임금수준 등 실태조사부터 실시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더 이상 도입 논의가 공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zionwkd@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용어설명> ■ 최저임금 국가가 노사 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제도로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게 취지다. ■ 폐업 공제금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 등 경영 위기로부터 벗어나 사업 재기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퇴직금 제도로 2007년 출범 당시 가입자 4000명으로 시작해 2017년 누적 1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300만 명을 돌파했다. ■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간이 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편의점업 등 취약 업종에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로 현행법에 명시돼 있어 법 개정 없이도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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