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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투자 요구할라” 셈법 복잡해진 조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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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해운사·선박에 입항 수수료 단계적 부과
한국 조선사, 반사이익 기대
동시에 현지 LNG선 생산 압박↑
“트럼프, 요구 강도 세질 수도”


이투데이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조선업을 정조준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기대와 경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며 글로벌 발주 흐름이 바뀔 조짐을 보이지만 동시에 ‘미국 내 생산 압박’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는 기업,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18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특히 미국 정부는 자국산 선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산 선박을 발주해 인도 받는 경우에는 같은 크기이거나 더 작은 외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최대 3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는 2028년부터 미국산 선박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2028년 4월 17일부터 미국에서 수출되는 전체 LNG 물량의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한다. 이 비중은 2047년까지 15%로 확대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LNG선과 고부가가치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탈중국’ 수요를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HD현대미포조선은 LNG 벙커링선 건조 수주 실적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수혜 기대감이 높다. 현재 HD현대미포(수주 16척)와 중국 난퉁CIMC조선소(13척)만이 대량 건조 역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미국 내 조선 능력 확보’로 명확히 기울면서 한국 조선사들도 미국 현지 건조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미국 내 조선소의 생산성이 현저히 낮고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지만 LNG선 건조를 위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한화오션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조선 스탠더드 실사 결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한국 수준의 조선 능력을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선업 정책 방향이 ‘패권 경쟁’으로 비화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군함 유지·보수사업 수주를 위해 현지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기술 이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필리조선소 인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 발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변용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실질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선사들이 명확한 정책 신호를 받게 됐다”며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최종 투자 결정이 용이해졌고, 향후 발주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내 조선소가 없는 경우에도 현지 유지·보수(MRO) 등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에 31조 원을 투자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향후 추가 규제나 현지 생산 요구 강도가 더 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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