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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경선 이젠 끝내자!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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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경선 이젠 끝내자! [한국의 창(窓)]

서울맑음 / -3.9 °
기술변화 맞춰 선거 여론조작도 고도화
거대 양당의 특정 업체 밀어주기도 문제
선거 신뢰 보장 위해 경선조사 혁신해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캠프 관계자들은 현금 1,300만 원을 주고 중고폰 240대를 구입해 여론조사 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연출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캠프 관계자들은 현금 1,300만 원을 주고 중고폰 240대를 구입해 여론조사 조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연출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거진 신영대 사건의 핵심은 '중고 휴대폰 240대를 구입해서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였다'는 의혹이다. '1인당 5~10회까지 중복 응답하며 타 후보와 격차를 4.2%포인트 조작했다'는 것이다. "젊은 목소리로 답변할 것"은 물론 "오늘 오후 2~5시 여론조사 전화 예상"이라는 카톡 메시지로 '허위응답'을 독려한 정황도 있다. 선거 사무장과 보좌관이 유죄선고를 받았다.

유권자 20만의 지역구에서 5만 명의 가상번호로 1,000명을 조사했다면 차명 휴대폰 240대로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여의도에서 "그 정도 노력하면 당선될 만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하니 '업계의 공공연한 수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민주당에서는 작년 총선공천 때 '비명횡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론조사업체가 간판만 바꿔 이번 대선경선에도 경선 ARS 수행업체로 선정되어 논란이다.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지만 "어디에서 어떤 조사방법을 사용할지가 정치적 선택"이라는 반론을 보면 걱정되는 대목이다.

안심번호 효과를 의심하게 하는 사례들이다. 기술 진보의 영향이자 정치적 악용으로 여론조사의 신뢰성 위기다. 민주주의 선거과정에 대한 경계는 그다음이다.

2015년 안심번호 도입은 '착신전환 시스템 악용'의 2014년 포항시장 예비후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새누리당 포항시장 예비후보 A씨는 170개의 유선전화 회선을 개설하고 그중 33개를 선거사무소에 설치하고 137개는 배우자·선거사무장·지지자의 명의를 동원했다. 그는 146개 회선을 사무실 및 휴대전화로 착신 전환하여 20~30대 연령대를 사칭하며 1인당 2~9회 반복 응답했다고 한다.

2022년 기술진화의 역설은 다시 확인된다. '1대의 휴대폰으로 2개 번호를 생성'하는 투 넘버 서비스와 02 지역번호 필터링의 표본 조작 그리고 선거 종료 즉시 번호 일괄 해지로 증거를 인멸하는 탐지 회피전략이 확인되었다. 2023년 장수군 사건은 '요금청구지 주소 변조를 통한 지리적 표적조작'이다. 민주당 장수군수 경선에서 B씨 측근 9명은 타 지역 유권자 73명의 휴대전화 요금청구지 주소를 장수군 내로 변경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3년간 여론조사비용으로 양당 모두 130억 원 정도씩, 모두 270억 원을 사용했는데 그중 절반이 경선여론조사 비용이다. 안심번호 구입에만 40억 원을 투입했는데 안심번호 1개당 약 300원으로 계산하면 양당은 828만 개와 514만 개의 번호를 각각 확보한 것이다. 양당이 사들인 번호가 전체 유권자의 30%에 육박한다.

양당은 수년째 특정 업체에 조사물량을 몰아주는 '단골거래'를 계속하며 의혹을 더 한다. 업체 선정 과정과 단가 등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여론조사 공천은 OECD 중 한국이 유일'하고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이 여론조사 공화국의 실상이다.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나 "윤석열을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하라"는 말은 사람들의 의심을 부추긴다.

결과는 국민적 의구심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4%가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결과 조작 가능성"을 경고한다. 경선과정의 여론조사가 선거 신뢰성과 정당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이젠 제대로 써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