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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편 들면 돈 다 뺀다”…시진핑 한 마디에 美사모펀드들 벌벌 떠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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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중 간 무역전쟁이 농산물과 희토류 맞대응을 넘어 금융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국부펀드들이 블랙록 등 미국 대형 사모펀드에서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는 것. 이는 미·중 관세전쟁에서 미국에 대한 직접 압박은 물론 미국에 동조하는 동맹국들에도 유사한 자금 회수가 이뤄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의미여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유자금을 운용하는 중국투자공사(CIC) 등 국부펀드가 최근 몇 주 간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약정에 참여하지 않고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는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괴롭힘에 맞서 협력하자”며 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확인된 대미 보복조치로, 미국의 자금줄마저 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국부펀드들은 미국 사모펀드 투자를 회피하고 있다. 신규 투자 약정이 끊겼을 뿐 아니라, 최종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속했던 투자를 ‘없던 일’로 하는 일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FT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CIC가 미국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IC는 최근 수십년 동안 블랙스톤, TPG, 칼라일 그룹 등 미국 최대 사모펀드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해 왔다. 중국 국부펀드들이 투자한 미국 사모펀드에는 블랙록 산하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와 토마브라보,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 블랙스톤 등이 포함됐다.


FT에 따르면 서방 정부의 자본 규제로 인해 중국 국부펀드의 서방 기업 및 인프라에 대한 직접 투자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중국계 펀드들은 사모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방식을 택해왔다. 그런데 트럼프 관세전쟁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이 같은 간접 투자 조치마저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유자금을 운용하는 일부 운용사는 비미국계 사모펀드에도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배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중국 국부펀드의 대미 투자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이날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동조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나라가 있다면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정면 경고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어떤 국가든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협상을 체결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경우 중국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상응하는 방식으로 단호히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70개 이상의 국가와의 관세협상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의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중국이 해당 국가를 경유해 상품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토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상품의 대미 우회수출 경로를 차단하고 대중 고율 관세에 따른 피해를 분산하려는 중국의 통상 전략을 와해시키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오는 24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한국 역시 미국과 사전 조율된 의제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동참’ 이슈가 포함된 것으로 매일경제 취재 결과 확인됐다. ▶4월 22일자 A 1·3면 보도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이 같은 부정한 요구에 응하는 국가들을 좌시하지 않고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미국의 일방적인 ‘괴롭힘’에 맞서 중국과 함께 협력하자”고 촉구했다.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대두·콩 등 미국산 농산물 예약구매 중단과 희토류 수출 통제에 이어 자국 국부펀드까지 보복 조치에 활용하면서 미·중 관세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WSJ는 20일 “수십년 간 미중 간 관계가 오르내릴 때에도 무역과 투자가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며 “지금은 그 경제적 연결고리가 완전히 궤도를 이탈하고 있으며 서로를 배제한 채 각자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군사적 긴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중국센터의 책임자이자 전직 미국 외교관인 릭 워터스는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 상태에 있으며, 무역 갈등이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안전장치도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가 새로운 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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