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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기자' 카톡에 '언론플레이 및 질문 사주’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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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오늘(22일)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등장하는 검찰 수사기록과 기존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서 대통령 선거 후보자 한동훈의 적격성을 입체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채널A 사건, 일명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한 검찰 수사기록에는 채널A 소속 기자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자료가 담겨 있다. 자료 중에는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도 있는데, 이를 통해 한동훈 후보가 언론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예비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23년 12월 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CBS 기자에게 "민주당이 물어보라고 시켰느냐"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기자 : 지난번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서
○한동훈 :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그때도 물어보셨었죠?
●기자 : 잘모른다고 하셨는데 지금 입장은 어떠세요?
○한동훈 : 민주당이, 기자님도 저번에 말씀하셨지만, 민주당이 저한테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던데요? 여러군데다가 공개적으로?
●기자 : 그래서 물어본 거 아닌데요?
○한동훈 : 그런데 저는, 이걸 물어보면 왜 제가 곤란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이야말로 자기들이 이재명 대표 옹호하는데 바쁘니까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거는 다른 사람들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 한동훈 법무부장관-CBS 기자 대화내역 (2023. 12. 19.)


기자는 현안에 대한 질문을 했을 뿐인데, 민주당이 시켜서 묻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한 후보의 행동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가 과거 가까운 기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특정 방향으로 취재를 유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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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 카톡이 담긴 '검언유착' 사건 검찰 수사보고서(2020.6.5. 작성)
한동훈 "그걸 지금 다시 물으세요"...기자에게 '질문 사주' 정황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한동훈 검사와 대화를 나눈 채널A 이모 기자의 카카오톡 캡처가 여럿 포함됐다. 이 캡처 파일은 채널A 법조팀 단체 카카오톡방에 올라오거나, 다른 동료인 백모 기자에게 전달됐다.

"그보다 그 동안의 거짓말에 대해 뭐라도 변명을 해야하지 않나요?"
"이미 한 공개적인 거짓말들을 한번 짚어보시죠. 그거 하나하나에 대해 지금은 입장에 바뀐 것 같던데 그 이유를 자기들이 설명하는게 도리죠. 거짓말을 밝혀내면 논두렁인가요?"
"지금 자기들 공판 입장으로도 거짓말을 인정하는 거 같은데요. 그걸 지금 다시 물으세요. 그냥 어물쩍 넘어가면 안되지요. 국민을 우롱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드리세요"
- 한동훈 검사-채널A 기자 카카오톡 대화 (2020. 2. 2. 추정)


뉴스타파

▲ 한동훈 검사가 2020년 2월 2일 채널A 기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이때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 재판에서 "내 목표는 강남에 빌딩을 사는 것"이라는 정 씨의 문자를 공개해 논란이 됐던 때다. 당시 정 씨 측 변호인은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검찰의 '망신주기'를 지적했는데, 한 검사가 기자에게 "그걸 다시 물으라, 어물쩍 넘어가지 말라. 국민을 우롱한 이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드리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마치 채널A 보도국 간부가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동훈, 수사·기소 분리 반대의 숨은 취재원이었나
8일 뒤인 2020년 2월 11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법을 개정하기 전에 시범적으로 시행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5시 14분, 한동훈 검사는 채널A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카톡을 보냈다.


"이 얘긴 결국, 신봉수 수사팀을 배제하고 새로 이성윤 어용팀에게 기소 여부를 맡기겠단 얘기"
"검찰 : 부정부패 대응력이 약화되고, 외압이 개입될 통로가 많아져 검찰 수사가 정치화될 것임"
- 한동훈 검사-채널A 기자 카카오톡 대화(2020.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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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 11일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한 검사가 말한 '신봉수 수사팀'은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수사팀을 의미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 경우에는 신봉수 수사팀이 재판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검사의 말과 달리, 당시 수사팀 검사들은 해당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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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 11일 한동훈 검사와 채널A 기자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또한 "검찰 : 부정부패 대응력이 약화되고, 외압이 개입될 통로가 많아져 검찰수사가 정치화될 것임"이란 발언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비판하는 검찰 관계자 발언을 언론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 8개월 전,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검찰 개혁안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최측근인 한 검사는 검찰 개혁을 적극 반대하는 모습이었다.


'한동훈 카톡'이 '윤석열 지시'로 언론 보도에 등장
2020년 3월 2일 오후 2시 4분, 한동훈 검사는 채널A 기자에게 코로나19 관련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은 중대본 판단이 우선. 검찰도 중대본 판단 존중함. 일의 우선순위, 방식을 정함에 있어서, 중대본의 임무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할 것임"
- 한동훈 검사-채널A 기자 카카오톡 대화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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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 2일 한동훈 검사가 채널A 기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출처 : 검찰 수사보고서)
당시는 신천지 신도들이 집합 금지를 어기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시키면서 사회적 논란이 컸던 때다. 이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일선 검찰청에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거부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으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로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부의 강압적인 조치로 신천지 신자가 음성적으로 숨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발표했고, 검찰은 실제로 신천지 본부를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머니투데이에 한 검사가 채널A 기자에게 보낸 메시지와 거의 동일한 문구가 '윤석열 총장의 지시'로 등장했다. 기사 속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윤 총장은 '지금은 중대본 판단이 우선'이라며 '검찰도 중대본 판단을 존중하고 중대본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중대본의 임무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한 검사는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검찰을 대변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한 검사의 카톡 메시지와 보도에 등장한 윤 총장의 지시 내용은 거의 동일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한 검사의 말이 곧 윤 총장의 뜻으로 통했던 때에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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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 22일 한동훈 검사가 채널A 기자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2020년 3월 22일 오후 2시 58분. 한 검사는 채널A 기자에게 "법적조치 검토하는 분 있는 듯합니다", "이분 면책특권 없죠 아직"이라는 카톡을 보냈다.

이날은 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페이스북에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이라며 일부 검사들의 이름을 공개한 날이다. 한 검사를 비롯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 14명의 명단이 그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당시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황 변호사는 뉴스타파에 "실제 고발을 당하지 않았지만 명단에 있던 사람 중 누군가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담긴 카톡 메시지를 종합하면, 법조기자들 사이에 '서초동 편집국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한동훈 후보는 때로는 기자들에게 특정한 취재 방향을 제시하고, 때로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 역할을 자처하며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배후 역할을 했던 걸로 보인다.

뒤에서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 거래'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는 한동훈 후보 측에 채널A 기자들에게 취재 방향이나 질문 내용을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전혁수 jhs0925@newstap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