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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모은 두손... 교황, 유언대로 장식 하나 없는 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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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 첫 공개
교황청이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시신이 관에 안치된 모습을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교황청이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시신이 관에 안치된 모습을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88)이 관에 안치된 모습이 22일 공개됐다. 바티칸은 프란치스코 교황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서 추모 기도를 올리는 사진을 통해 선종한 교황의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 1층 예배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관에 안치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의식 중 공식 사망 선포문이 낭독됐고, 로마 교회 대내사 케빈 패럴 추기경이 선종을 최종 인증했다. 카메를렌고로도 불리는 로마 교회 대내사는 교황이 선종한 후 교황청을 임시로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를 말한다. 교황 이마를 향해 이름을 세 번 부르고, 응답이 없으면 사망으로 확인한다.

사진 속 교황은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 예복을 입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누워 있다. 머리에 고위 성직자의 모자인 미트라를 썼고 포갠 손 위에는 묵주가 놓여 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관에 안치한 후, 산타 마르타 관저를 공식적으로 봉인했다. 이 전체 의식은 약 1시간가량 이어졌다.

교황청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6월 29일 작성한 유언에서 자신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성당의 장식 없는 무덤에 묻어달라고 요청했다. 무덤이 반드시 지하에 있고 단순해야 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오직 자신의 라틴어 교황명(Franciscus)이 적힌 비문만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교황은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쉬도록 하기를 요청한다”며 구체적인 무덤 위치를 지정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시신이 안치된 관이 놓인 가운데, 교황의 공시적인 선종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시신이 안치된 관이 놓인 가운데, 교황의 공시적인 선종 확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년 만에 바티칸이 아닌 장소에 안장되는 첫 교황이 되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으로는 1669년 이후 처음이 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은 사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했던 성당으로 자주 방문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즉위한 지 만 하루가 되기 전에 이 대성전에 있는 유명한 성모 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생전 인터뷰에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를 위해 교황은 사후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작년 교황청이 발표한 교황 장례 개정 전례서에는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삼중관에서 목관 1개로 줄이는 등 교황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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