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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관계개선 노력했던 프란치스코…中, 선종 하루만에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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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주교 잠정 협정 순조롭게 진행…바티칸과 관계개선 함께 노력"

사제 서품권 등 놓고 오랜 갈등…2018년 주교 임명 협의안 합의



지난해 6월 교황청(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교황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표부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4.06.19 ⓒ AFP=뉴스1 ⓒ News1 김예슬기자

지난해 6월 교황청(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요 일반알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교황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대표부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4.06.19 ⓒ AFP=뉴스1 ⓒ News1 김예슬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중국이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애도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과 수십년간 불편한 관계였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한다"며 "중국과 바티칸은 건설적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익한 소통을 진행해 중-바티칸 관계의 지속적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궈자쿤 대변인은 지난 2018년 중국과 바티칸 간 체결한 주교 임명 협정과 관련해 "주교 잠정 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바티칸과 함께 노력해 관계의 지속적 개선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22년 12월31일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했을 때는 일주일 뒤인 이듬해 1월6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다만 중국은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 가톨릭계는 1951년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바티칸과 외교를 단절한 이후, 1957년 중국 정부가 공식 인정한 '애국회'와, 교황청 인가는 받았으나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지 않은 사제들이 사목하는 '지하 교회'로 분리 운영돼 왔다. 현재 중국 내 카톨릭 신자는 12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사제 서품권 등 교회 문제와 관련한 최종 결정권 등을 놓고 바티칸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는 있으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성당에서의 미사만 허용해왔다.


중국 정부가 애국회에 가입하지 않는 사제와 주교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애국회에 가입시키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탄압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장·티베트 지역의 소수민족과 종교 탄압 문제도 중국과 교황청 간 대립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어 왔다.

양측의 관계는 전임 베네딕토 16세의 재임 시절 교황청이 중국 당국이 주교로 서품한 중국천주교애국회 소속 신부 3명을 제명하면서 급격하게 악화했으나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분위기 전환 국면을 맞이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한국을 방문할 때 중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중국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 관계 개선 신호를 발신했다.


교황은 당시 방한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중국을 방문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내일이라도 원한다"고 답했었다.

5개월만인 2015년 1월에도 중국 영공을 통과하며 시 주석에 다시 안부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으로 중국은 바티칸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꼽혀오던 주교 임명 관련 합의점을 찾았고 2018년 9월엔 2년 기한의 잠정 협정을 맺었다. 중국과 바티칸 간 잠정 협정을 체결한 후 교황은 대만 방문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협정은 2020년과 2022년 두차례 연장됐고, 지난해 10월 4일 추가로 연장됐다. 협정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중국이 교황을 로마 카톨릭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대신 바티칸은 중국이 임명한 주교를 인정하는 방법으로 양국 간 이견을 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개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도 있었다. 교황은 2014년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면담하지 않았고 홍콩 대교구장을 역임한 조셉 젠 추기경이 2022년 민주화 운동가를 도운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을 때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교황이 임명한 중국 주교가 서품을 받으면서 양측의 갈등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교황의 오랜 바람이던 중국 방문은 물론이고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바티칸과 수교하고 있는 대만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조기를 게양하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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