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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대립각 세우던 교황과 트럼프…가치관 너무 달랐다

이데일리 정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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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트럼프의 이민자 차단정책 극렬 반대
"다리는 세우지 않고 벽을 세우는 사람 안돼"
트럼프, 교황 장례식 참석차 로마행 예정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한 사람은 종교적 단순함을 위해 전통적인 빨간 신발과 호화로운 사도 궁전을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겸손하게 살았다. 또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고 뉴욕의 고층빌딩에서 대통령 집무실에 이르기까지 그가 만지는 모든 것에 금박으로 감쌌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애도하는 기사를 쓴 21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NYT) 기사의 첫 머리 글이다. NYT는 “트럼프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견해가 극명하게 달랐고, 견해차도 첨예했다”면서 스타일에서부터 크게 다른 두 사람의 대조적 모습을 묘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바티칸에서 만났다. [사진=AP통신]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바티칸에서 만났다. [사진=AP통신]


실제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통점이 거의 없었다. NYT는 “두 사람은 스타일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에서도 의견차를 컸다”며 “2017년 바티칸에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두 사람의 우선 순위와 세계관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두 사람이 의견차를 보이며 각을 세운 일화들을 소개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비판했다. 그는 멕시코 치와와주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20만명이 참석한 미사를 집전한 후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어디에 있든 다리를 세우지 않고 벽을 세우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리’는 소통과 왕래를, ‘벽’은 갈등과 단절을 상징하는 것으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멕시코 국격 장벽 건설’ 계획을 비판한 것이다.

교황의 발언에 트럼프 당시 후보는 발끈하며 막막을 퍼부었다. 그는 “수치스럽다”며 선거 유세에세 “바티칸이 ISIS(이스람국가)의 공격을 받아봐야 (정신 차리고, 그제서야),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기도했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어떠한 지도자도, 그 사람이 특히 종교지도자라면 다른 사람의 종교나 신항을 문제 삼을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브렌던 보일 펜실베이니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에 대한 교황의 당시 비판은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교황, 거기에 앙갚음하고 싶어하는 대통령’이라는 완전히 전례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바티칸에서 단 한번 만났다. 교황은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2015년 회칙을 포함한 영어 번역본 교황의 저서들을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들에게 “그(프란치스코 교황)는 대단한 사람이다.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나란히 서 있는 교황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색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2018년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서 이민 아동과 부모를 분리시킨 것을 규탄하며 “그 정책은 부도덕하다. 우리 가톨릭 가치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에도 교황은 “국경을 폐쇄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세운 장벽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교황과의 가치관 대립은 고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보수적 기독교 가치관을 높이겠다’고 하자, 교황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지난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게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엔 미국 가톨릭 주교들에게 이례적으로 공개 서한을 보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규탄했다. 교황은 “그 정책이 나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가톨릭 교회의 모든 신자들에게 이민자와 난민 형제자매를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이야기에 굴복하지 말라고 호소한다”고 썼다.

NYT는 “그러나 교황은 생의 마지막 몇시간 전에, 가톨릭 개종자인 JD밴스 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고 부활절 인사를 건넸다”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했다.